유전

by 피터팬신드롬

아들입니다.

아버지 닮은 무뚝뚝한 장남입니다.

닮아서 오히려 밀어낸 사이

선을 그어 넘지 못하는 세상으로 가시고서야 돌아섭니다.


거울을 봅니다.

닮기 싫은 아버지의 얼굴이 내게 담겨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한 획 두 획 옅은 수묵화 같은 얼굴 그림자

위에서 밑으로 바깥에서 가운데로 아버지로 드리워졌습니다.


다리를 봅니다.

군입대 전 주물러 흠칫 놀라게 한 앙상한 할아버지 다리처럼

인사도 없이 서둘러 가셔 뒤늦게 부여잡은 아버지 축축한 다리도

미운 병마가 쥐고 간 앙상한 다리였습니다.


아들을 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게

어릴 때 저를 닮았다는 어머니 말씀에 이마를 쓸어 눈을 봅니다.

눈에 비친 나를 닮아 원망하면 어쩌나 마음이 고생을 합니다.


아버지입니다.

아들에게 닮지는 말라면서 얼굴 보면 흐뭇한 저도 아버지입니다.

새삼 알게 된 내리사랑은 바쁘고,

가시고 나서 소용없는 치사랑이 늦어서,


닮은 게 가슴 아픈 겁니다.

유전1.jpg 2020년 마지막 항암치료를 마치시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평양냉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