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아들입니다.
아버지 닮은 무뚝뚝한 장남입니다.
닮아서 오히려 밀어낸 사이
선을 그어 넘지 못하는 세상으로 가시고서야 돌아섭니다.
거울을 봅니다.
닮기 싫은 아버지의 얼굴이 내게 담겨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한 획 두 획 옅은 수묵화 같은 얼굴 그림자
위에서 밑으로 바깥에서 가운데로 아버지로 드리워졌습니다.
다리를 봅니다.
군입대 전 주물러 흠칫 놀라게 한 앙상한 할아버지 다리처럼
인사도 없이 서둘러 가셔 뒤늦게 부여잡은 아버지 축축한 다리도
미운 병마가 쥐고 간 앙상한 다리였습니다.
아들을 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게
어릴 때 저를 닮았다는 어머니 말씀에 이마를 쓸어 눈을 봅니다.
눈에 비친 나를 닮아 원망하면 어쩌나 마음이 고생을 합니다.
아버지입니다.
아들에게 닮지는 말라면서 얼굴 보면 흐뭇한 저도 아버지입니다.
새삼 알게 된 내리사랑은 바쁘고,
가시고 나서 소용없는 치사랑이 늦어서,
닮은 게 가슴 아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