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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신드롬 Oct 26. 2024

유전

아들입니다. 

아버지 닮은 무뚝뚝한 장남입니다.

닮아서 오히려 밀어낸 사이

선을 그어 넘지 못하는 세상으로 가시고서야 돌아섭니다. 


거울을 봅니다. 

닮기 싫은 아버지의 얼굴이 내게 담겨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한 획 두 획 옅은 수묵화 같은 얼굴 그림자

위에서 밑으로 바깥에서 가운데로 아버지로 드리워졌습니다.


다리를 봅니다. 

군입대 전 주물러 흠칫 놀라게 한 앙상한 할아버지 다리처럼

인사도 없이 서둘러 가셔 뒤늦게 부여잡은 아버지 축축한 다리도

미운 병마가 쥐고 간 앙상한 다리였습니다.


아들을 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게 

어릴 때 저를 닮았다는 어머니 말씀에 이마를 쓸어 눈을 봅니다.

눈에 비친 나를 닮아 원망하면 어쩌나 마음이 고생을 합니다.


아버지입니다. 

아들에게 닮지는 말라면서 얼굴 보면 흐뭇한 저도 아버지입니다. 

새삼 알게 된 내리사랑은 바쁘고, 

가시고 나서 소용없는 치사랑이 늦어서, 


닮은 게 가슴 아픈 겁니다. 
 

2020년 마지막 항암치료를 마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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