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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신드롬 Nov 02. 2024

아내

뒷모습이 눈에 걸렸다. 

부디 얼굴은 평범하시길 기도 했건만…


홍차 담긴 본차이나 찻잔에 그려진 게 

장미 넝쿨이던가 어지러이 급하게 마음에 담았더니

가슴은 눈보다 한참 더 설렜다. 


미친 바다보다 푹신한 안락의자가 좋은

뒷심 잃은 뱃사람 앞에 나타나더니

뱃머리를 돌려, 뭍이 아니라 바다로 향하게

당신은 배를 타야지 안락의자에서 배를 키우면 안 돼요… 한다. 


안에만 있어서 아내인가? 

안에서 내 속옷과 애 옷을 개키고

바닥 숨은 먼지 찾아내는 달인으로

웃고, 울고 딱 거기만 있는 게 미안하다.


밖이라면 어디 로라도 날아갈 수 있는 종달새처럼

나 아니면 작은 깃 여며 하늘로 향해 발 동동 굴러서

햇빛에 눈부신 빙그레 미소만 보일 말괄량이 소녀인데.


내 안의 아내는 


사랑의 횡포이고, 같이 지낸 시간의 관성이라며

붙잡아 두고 싶은 못난 바깥사람의 조용한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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