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강남은 숲이다.
숲에 서려 있는 전설처럼
기분도 좋고 마음도 좋은 피톤치드 뿜으니
술 공기가 그윽하다.
노란색 간판에 뜨슨 먼지가 반짝거리며 감도는 저녁,
쟁여 놓은 뿌연 근심 갈라서 잔을 채워 입술을 적시면
그르륵 눈살 찌푸린 긴 속눈썹 고양이처럼 입고리만 올려 웃는다.
부었으니 남김없이 비우고, 웃어라 속상해한들 일이 풀리더냐?
오늘 하루 생채기 난 피를 훔쳐 계란말이에 발라라.
덥석 베어 물어 허한 속을 채워라.
우물우물 씹고 맑은 눈물 삼켜 치유로 삼아라.
오드아이 고양이에게 혼 뺏기지 말고
턱수염 덥수룩한 친구, 시름 많은 얼굴을 부벼주어라.
강남은 숲이다.
숲에 서려 있는 전설이 하나 더…
기분도 좋고 마음도 좋은 피톤치드 뿜으니
술 공기가 그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