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하얀 쓰임새는 인도의 손짓.
빼곡한 무늬대로 따라오면
고집대로 내딛는 고난의 길이라도
검은 차는 피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머무르지는 말아다오.
머리 숙여 잔뜩 움츠린 가슴이
행여 발 빠져 호흡이 엉키지 않게
촘촘한 하얀 간격은 안도의 한 숨.
하지만 땅만 보지는 말아다오.
까만 곰보 응어리진 타르 바닥에
다시 또 지옥 불붙지 않게
졸인 마음 등에 업고 열십자 주검 자국을 지울 테니
딴길로 돌아가지는 말아다오.
흙먼지에 바람이 굴러
잎새가 부스러진 검은 호수 위 흩트려
부르튼 하얀 입술을 발에 포개
절대로 이 행렬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
길 걷는 이와 지옥과 싸워
유황냄새 품은 하얀 선善이라는 것을
홍등 너머에서 알아주기만 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