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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신드롬 Dec 08. 2024

횡단보도

하얀 쓰임새는 인도의 손짓. 


빼곡한 무늬대로 따라오면

고집대로 내딛는 고난의 길이라도 

검은 차는 피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머무르지는 말아다오.


머리 숙여 잔뜩 움츠린 가슴이

행여 발 빠져 호흡이 엉키지 않게 

촘촘한 하얀 간격은 안도의 한 숨.


하지만 땅만 보지는 말아다오.


까만 곰보 응어리진 타르 바닥에 

다시 또 지옥 불붙지 않게 

졸인 마음 등에 업고 열십자 주검 자국을 지울 테니


딴길로 돌아가지는 말아다오.


흙먼지에 바람이 굴러 

잎새가 부스러진 검은 호수 위 흩트려

부르튼 하얀 입술을 발에 포개


절대로 이 행렬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


길 걷는 이와 지옥과 싸워 

유황냄새 품은 하얀 선善이라는 것을

홍등 너머에서 알아주기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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