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비를 켜야 안 무서버.

에세이

by 피터팬신드롬

"테레비를 켜야 안 무서버. 느그 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보시던 테레비 프로그램이 있는데, 세상에 이런일이 하고, 나는 자연인이다만 보고 따악 안 보시더라고. 케이블 티비가 좋은 게 그 두 개 프로그램이 연속으로다가 방송을 하는 거야. 먼저 세상에 이런 일이 에서는 10시간동안 무슨 방(헬스장)에서 자전거 타는 55세 노장 아저씨하고 쪼매난 차(티코)에 온통 갈댓잎이며 꽃 붙이고 세간살이를 다 싣고 다니면서 산으로 강으로 제멋대로 사는 54살짜리 말라깽이 미친놈하고, 온몸이 물혹(신경섬유종)으로 뒤덮여 있어가지고 나갈 때에는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해야 하는 불쌍한 29살 아가씨가 나왔더랬지. 네 번째 주인공은 기억도 안 난다. 너무 웃어 싸서 행복해 보이니까 기억이 안 나나 벼. 그리고 나는 자연인이다. 여기 나오는 노인네들은 다 비슷한 거 같애. 항상 지팡이 들고 산을 누벼. 산삼을 캐든 송이를 캐든, 헥헥 거리며 쫓아다니는 아프로 머리에 개그맨 혹사나 시키고, 밤에는 벌레들 아랑곳하지 않고 모닥불에 그렇게 뭘 구워 먹는 구만.. 고기도 아니고 가지나 구워 먹고, 햇빛 보면 까매지는 버섯도 구워 먹고, 배추도 부쳐 먹고.. 참.. 멱은 감고 사나 연신 쯧쯧쯧 혀를 차시다가도, 피식 웃고 어휴 참 그러시다가 양파 한 알에 장수막걸리 두 통을 비우시고 소파에서 그대로 주무셨지."


집이 동탄인데 다리가 골절이 돼서 서울 출퇴근 택시비 감당이 안되어 동생과 어머니가 사는 서울에서 지내고 있는 요 며칠. 오늘은 2016년 아버님 돌아가시기 4년 전 프로그램이 재방송을 했다. 가만히 보시더니 다음에 무슨 장면이 나올지 말씀하시며 아버지 얘기를 하시는 어머니는 이제 눈물을 흘리진 않으신다. 다만 이런 말씀을 하신다.


"테레비를 켜면 니 아버지가 생각나. 재방송이 참 재미도 나고 기억도 나고. 그래서 테레비를 키면 안 무서버."


고개 돌려 몰래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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