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장에게

내게 쓰는 편지

by 피터팬신드롬

세월에 떠밀려 산다는 느낌이 들 때면 점점 두려워지는 것이 있습니다.


난 누구, 여긴 어디, 지금 언제, 그들은 어디에... 4가지 질문의 연속으로

답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죠.


일은 해야 하고, 낙오하고 싶진 않고

문제는 풀어야 하고, 답이 아닌데도 억지 자신감으로 내놓은 답에는 책임을 져야 하죠.

내 인생에는 답이 있는 척은 해야 한다고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일종의 Guilty Pleasure 를 느끼는 내가 과연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누구나 자기 역할에 어울리는 가면을 쓰죠.

아들의 가면,

아버지의 가면,

남편의 가면,

형의 가면,

회사원의 가면,

친구의 가면,

집사의 가면,

군인의 가면,

정치인의 가면,

사장의 가면,

부장의 가면,

작가의 가면.


자기에게 주어진 각기 다른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쓴 마스크인 셈이지만

내가 누구냐는 질문에

철학까지는 동원할 수는 없어요.


본질적인 나보다는

지금 당장의 가면의 역할로도

잘 할 수 있게 해달라 하고 살아요.


은혜는 부모에게 받고, 사랑은 자식에게 베푸는 게 인생인데...

후회하기보다는 신변을 잘 정리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쟁여두어야겠어요.


아들로서는 만 남았지만... 아버지, 남편으로는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


존재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아요.


그러면 슬퍼할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술 깨고 집에 가야죠. 최 부장님.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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