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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우산 Aug 23. 2015

격이 다른 무대 #2

나는 가수다 3 역대급 무대모음 - 스윗소로우, '바람이 분다'

좋은 곡이 격이 다른 보컬과 편곡을 만나 거기에 뮤즈의 영혼이 더해지면 역대급 무대가 펼쳐진다. 여 그런 무대가 또 있으니, 보컬과 편곡에 퍼포먼스와 날카로운 하모니까지 더해져 만들어낸 스윗 소로우의 무대다. 정말이지 이들은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최고의 남성 보컬그룹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물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버티고 있긴 하다.), 데뷔한 지 오래됬고 수 많은 무대 경험을 통해 이들은 완성형 무대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슈퍼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들이 손을 대고 이들이 노래하고 이들이 퍼포먼스를 하면, 모든 노래는 완전하게 이들의 노래가 되고, 무대는 하나의 완벽한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장르도 다양하게 넘나 드는데, 발라드면 발라드, 재즈면 재즈, 댄스면 댄스... 장르를 소화하는 능력도 이 정도면 가히 스펀지에 가깝다. 그러니까 이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음악은 음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종합예술이라는 느낌이다.


가령,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보자. 사실 가요계에서 리메이크하면 안 되는 노래가 몇 곡 있다.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나, 윤복희의 '여러분',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같은 노래가 대표적이겠다. 왠만해서는 본전도 못 찾고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혹은 본인의 약점을 드러내는 독이 되기도 하는 노래들이다. 그래서 웬만한 프로들도 건들지 말아야 하고, 실제로 잘못 건드렸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나는 가수다 시즌3에서도 이런 경우가 몇몇 있었다.)

사실 이소라의 노래는 전곡이 그러한 편이고, 특히 이 노래 '바람이 분다'는 특별하다. 나는 가수다에서 널리 알려지기도 한 이 노래는, 이소라가 가진 특유의 깊고 어두운 느낌의 소울을 뿜어내지 않으면 밋밋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노래가 되고 만다. 때문에 스윗소로우가 이 노래를 한다 했을 때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상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노래란 게 있는 것이다'라고 되뇌이며.

 

나는 가수다 시즌 1, 이소라

하지만,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 노래가 가진 깊고 어두운 감성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스윗소로우의 장기인 완벽한 하모니와 웅장한 드라마로 꽉 채웠다. 채운다고 채워질 노래가 아닐 것 같은데, 이들의 실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아, 이 노래를 이렇게 채우다니! 놀랍고 또 놀랍다. 입이 딱 벌어진다.


더 놀라운 건, 개개인의 보컬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건 언제나 메인 보컬이었던 성진환이 아닌, 인호진과 송우진의 재발견이다. 아니, 이들이 이렇게 노래를 잘하고 이렇게 감성을 잘 풀어내던 보컬이었나 싶을 정도로. 괜히 스윗소로우가 아니구나 싶다. 특히 도입부를 송우진으로 시작한 건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이 노래는 처음 시작에서 귀를 잡을 수 있는가가 관건인 노래다. 송우진의 감미로운 저음은 한순간에 귀를 사로잡으며 노래로 끌어당기는 낚싯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인호진. 그야말로 공기반 소리반이 어때야 하는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미성의 보컬이다. 감미롭기로 따지면 정엽과 대적할만 하겠다.


왼쪽부터 인호진, 성진환, 김영우, 송우진

마지막으로 김영우. 사실 스윗소로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컬은 김영우다. 음역대는 바리톤을 맡고 있는데, 바리톤이라기보다는 여성 중창의 알토에 가까운 느낌이다. 묵직한 저음보다는 그야말로 메인 보컬을 숨어서 뒷받침하는 역할. 그래서 눈에, 귀에 띄지 않기 때문에 항상 안타깝지만, 실상 스윗소로우 하모니의 완성, 화룡정점은 김영우에 있다. 멜로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멜로디에 힘을 싣고 전체 소리의 풍부함을 더하는데 최고의 역할을 한다.(브라운 아이드 소울에서는 성훈의 역할이다. 역시 제일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서브 보컬은 항상 억울한 신세다.) 1절 마지막 한마디를 장식하는 사람이 바로 김영우다.  조용하지만 강한, 내실 있는 목소리.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건 인호진. 송우진의 묵직한 저음에서 시작해 인호진, 성진환, 김영우의 웅장한 스케일을 거쳐, 인호진의 감미로운 고음으로 마무리. 이소라의 노래라 해도, 여지 없다. 그들은 최고의 드라마, 최고의 퍼포먼스로 이 노래 또한 그들만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http://tvcast.naver.com/v/303816


그들의 무대를 하나 더 보자면, 스윙 재즈로 경쾌하게 편곡한,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이다. 말이 필요 없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http://tvcast.naver.com/v/353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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