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3 역대급 무대모음 - 하동균&이정, '말하는 대로'
요즘 오디션부터 다시 부르기, 알아 맞추기까지 온갖 형식을 갖춘 음악 프로그램이 성행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형식이건 음악을 들려주는 방송이라면 대 환영이다. 대한민국 방송 역사상 음악이 이렇게 '음악'으로서 들려지고, '음악'으로서 사랑받던 때가 또 있었는가 싶을 정도다. 형식도 다양하지만 장르도 다양하고 등장하는 뮤지션의 범위도 폭넓어서 음악인들에게나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나 그야말로 가요 르네상스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수 많은 음악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수준 높은 무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역시 '나는 가수다'가 아닐까 싶다. 음악 자체에 대한 집중도와 사운드 퀄리티, 편곡과 연주, 퍼포먼스와 스케일, 무엇보다 뮤지션의 열정과 노력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최고의, 그래서 가장 빛나는 무대가 연출된다. 그래서인지 가수들 사이에서도 나는 가수다는 무대에 오른다는 자체가 영광이자 부담인, 극도의 긴장감과 압박감이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역량을 200% 발휘하게 해 주는 무대다.
모든 음악 프로그램은 '역대급'이라 할 만한 무대들을 탄생시켜왔고(지금은 그런 표현이 마케팅 용어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서 그런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하지만 그건 단지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그러니까
뮤즈의 도움이라도 필요한, 우연과 필연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어려운 이벤트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이벤트가 나는 가수다에서 유독 많이 쏟아져나오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주는 무게감과 그 수준의 '격' 때문이고, 그래서 그에 걸맞은 무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참여하는 모든 뮤지션으로 하여금 혼신의 힘을 다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 탈락의 해프닝으로 유명해지고, 임재범의 어마어마한 무대로 그 격이 높아졌지만, 사실 시즌 1의 화제성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2,3은 그 유명세에 있어서는 추락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무대의 격은 유지해나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유명세가 추락할수록 모든 사람이 그 '격'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마치 '음악'을 지키려는 수호신처럼.
그래서 나는 가수다는 여러 가수들의 수혈을 시도하고 여러 가지 방식을 차용하며 끊임없이 진화해 왔고, 최근 시즌3는 그 결실을 맺어 '역대급' 무대들이 마구 쏟아져나오는 그야말로 하나의 음악 축제로 만들어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새로운 가수의 수혈인데, 그중에서도 3명을 특별히 추천하고 싶다. 바로 양파, 하동균, 스윗소로우가 그들이다. 그리고 역대급 무대들은(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주로 그들에 의해 탄생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무대를 추천한다. 하동균과 이정이 함께 부른 '말하는 대로'다. 설명이 필요 없는 가창력을 갖춘 두 가수는 각각 엄청난 개성과 에너지와 기교를 뽐내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보컬리스트이지만, 어이없는 사실은 이 두 사람이 어릴 적부터 친구라는 우연이고, 더 어이없게도 한 밴드, 한 그룹에서 활동했었다는 사실이다. 허허.. 그저 웃을 밖에.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 무대는, 하동균의 허스키 중저음 보컬과 이정의 날카로운 하이톤 보컬이라는 극과 극이 만나 묘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신비롭게 어우러진다. 거기에 발라드에서 출발해 Modern Rock의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드라마적 편곡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각자 부르는 전반부는 이 둘의 개성과 가창력이 고스란히 드러나 각각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하동균의 토해내는 보컬이야 워낙 그 마력이 유명하지만, 놀라운 건 이정의 보컬도 마찬가지다. 이정을 보고 있으면 노래를 맛있게 한다는 감탄이 들곤 하는데, 듣고 있자면 정말 찰지고 달콤한 찹쌀떡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무대의 백미는 역시 이 둘이 각자 절정의 클라이맥스를 펼쳐 보일 때다. 이 부분은 정말 볼 때마다 온몸을 전율케 하는 감동을 선사하는데 어떤 말로도 설명하는 건 의미가 없고 봐야지만 그 마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절정을 향해 격정적으로 달려가다가 최고의 정점을 찍는 순간, 고요를 되찾는 편곡은 정말 이 곡이 가진 드라마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편곡점이 아니었나 싶다.
가끔씩 일상에 지칠 때면 찾아보는 이 무대는 스크린 넘어까지 에너지가 흘러 넘쳐 내 심장까지 두드리게 하는, 그래서 뭔가 충전받은 느낌을 주게 하는 최고의 무대다.
http://tvcast.naver.com/v/316694
(아 망할 네이버 embeded link가 안된다. 어쩔라고 이리 폐쇄적인가)
보컬과 편곡만이 아니다. 좋은 무대의 첫 단추는 좋은 곡에서부터 출발하기 마련이다. 이적의 이 곡은 그의 곡 중에서도 멜로디와 가사, 편곡의 모든 측면에서 드라마틱한 전개가 탁월한 곡이라 할 수 있고 특히 모던 락 편곡이 더해지면 감흥이 최고조에 다다들 수 있는 잠재성이 많은 곡이다. 비슷한 편곡과 전개에 색다른 남성 보컬 2인이 구성한, 역시 엄청난 감동을 선사하는 무대가 또 있으니(Voice of Korea 시즌2), 같이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