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 오누키 타에코, [UTAU]
오랜만에 발매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정규앨범이다.(2013년) 회사 동료의 소개로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들어 보니 역시 사카모토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더욱 깊어진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저렇게 근사하고 깊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가. 그의 음악은 언제나 좋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원숙해지고 고요해지는,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은 최근의 음악들은 특히 더 놀랍다. 그리고 자꾸자꾸 계속계속 듣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그의 음악을 특징 짓는 말은 확실히 고요함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움이기도 하다. 고요함이란 게 내면의 평화,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드러내는 음악적 정서라면, 새로움이란 낡은 것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장르, 다른 미학을 추구하는 음악적 형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보사노바의 대부 카를로스 조빔에게 헌정하는 앨범 [Casa]나, 클래식의 현악 3중주 형식을 갖춘 앨범 [Three] 등을 들어보면 과연 그의 음악적 지평은 어디까지 인가, 얼마나 큰 음악적 열정을 그 안에 가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기본으로 돌아왔다. 피아노 한 대만으로 더욱 깊어진 원숙미를 보여주지만, 여기에 보컬을 더했다. 그의 곡에 보컬이 더해진다는 게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지지만(그의 음악적 명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앨범을 들어보면 마치 오랫동안 해왔던 작업인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케미를 보여준다.
보컬은 '오누키 타에코'라는 여성 가수인데 1974년에 데뷔했고 일본의 대표적인 싱어송 라이터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정보 검색해도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녀가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필요가 없다. 사카모토의 음악과 피아노에 녹아들어가는 군더더기 없고 정제된, 그야말로 고요한 보컬이다. 神이 그의 음악을 위해 그에 걸맞은 목소리를 빚어 사람을 만든다면 그녀 같지 않을까 싶은.
어찌되었든, 한번 들으면 계속계속 듣게 된다. 그 힘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나오는지 짐작할 수도 없지만, 이유를 아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랴. 이 음악이 주는 지금 이 순간의 감동만이 중요하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풍경은 수채화가 되고 세상은 무지개 빛이 된다. 그리고 음악 하나만으로도 내면이 고요해질 수 있다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마치 이상적 세계, 유토피아로 안내하는 차원 관문과도 같다.
지금의 이 전쟁 같은 세상이, 병든 사회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으로 조금이라도 더 치유되기를 기대해 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음악은 사람을 감화시키는,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음악이 아닐까.
이 앨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바람의 길(風の道)'의 일청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