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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새

#67

by 빨간우산

공허하다는 외침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내 안에서도 그렇다.
그럴 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게 된다.

하지만 그 외침은
평생을 두고 계속될 것이다.
우선은 그걸 알고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삶은 본래 공허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발버둥을 처야 한다.


공허는
끊임없는 발버둥으로
메꿔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발버둥의 동안만 그렇다.

뭔가
억울한 것 같지만
사실
삶에서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
혹은
공허의 늪에 나의 삶을 빠뜨리지 않았던 사람들,
그러니까
공허하게 살지 않았던 사람들은 모두,

공허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공허할 '사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건
끊임없는 발버둥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끊임없는'과
'발버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공허는 다시 내 발 밑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를 어둠으로 잡아당길 것이다.

이토록이나 가련한
인간의 숙명적 삶은
이렇게 빗대어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발 없는 새와 같다.
내려앉지 못하고 끊임없이 날아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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