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몸의 시대

#73

by 빨간우산

바야흐로
몸의 시대다.

문명의 오랜 역사 동안
천대받아오던 몸이
이제 그 정당함과 당당함을 마음껏 뽐내게 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몸은
머리를 잃은채
몸'만'을 드러내는
과장되고 과도한 몸'짓'으로 전락해버렸다.

우윳빛깔로
혹은

구릿빛깔로
환하게 웃으며 드러내는
그(녀)의 웃음 속엔
질척한 욕망만이
앙상한 본능만이
공허한 눈빛만이

향해야 할 대상을 잃은채
다시 자신의 몸으로 귀환하여
안간힘으로 스스로를 쓰다듬으며
자위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짤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