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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가족과 무기력한 사회

고레에다 히로카즈, 『브로커』

by 빨간우산

『어느 가족』에 수사물이 더해진 영화. 그렇다 보니, 『어느 가족』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말해보자면, 가족의 형태가 아닌 '가족'이라는 동일한 주제 아래 인물의 내면과 관계에 온전히 집중했던 『어느 가족』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할 수 있다.


범죄와 수사의 퍼즐 맞추기가 인물간 관계의 밀도와 흐름에 균열을 내는 느낌이랄까. 등장인물도 영화 안에서 소화하기에는 벅차도록 많이 등장함으로써 한 명 한 명에 이입하기에는 걸음이 빠르고 바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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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느 황금종려상의 『어느 가족』과 칸느 경쟁부문 후보작에 그친(?) 『브로커』


하지만 그런 산만함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연한 관계의 애착이 만들어 낸 다른 형태의 '가족'의 내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영화가 『어느 가족』이었다면, 『브로커』는 같은 외연의 스토리를 하고 있지만 인물 간 관계에 하나의 시선이 더 덧붙여있다. 그것은 제도와 법에 대한 비판이다. 인간에게 고향과도 같은 가족의 애착관계가 근본적으로 뿌리뽑힌 인간을 향해 법과 제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기력하다. 영화에서는 법과 제도를 상징하는 인물(경찰: 배두나, 이주영 役)과 시설(교회, 보육원, 엄마의집)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을 보호할지언정 구원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아이들을 물건이나 성과로 전락시킨다. 어쩌면 법과 제도조차 그들의 결속에는 하나의 장애일 뿐이며 오히려 그들을 갈라놓는데 조력한다는 점을 감독은 지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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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의 무기력을 상징하는 고지식한 경찰과 열악한 보육원


『브로커』가 『어느 가족』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다. 조금 더 날이 선 비판이랄까. 그러다보니 비판에 날을 세우려는 의도는 날선 인물의 설정과 공격적이고 직접적인 대사를 낳고 그로 인해 유사 가족들 간의 온기는 불이 지펴질듯 말듯 뜨든미지근한 채로 불씨로만 지속된다. (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은『어느 가족』을 비롯한 고레에다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시선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핵심적인 주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점은 결국 영화 전체의 밸런스를 흔드는 균열로 작용한다. 그리고 또한 비판과 온기의 두 가지 시선을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역시나 어쩔 수 없는 연출의 버거움이 보는 이들에게도 전달되는 느낌이다. 결국 이 모두를 묶어내야 하는 후반부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인물과 사건, 갈등과 화해의 전개가 작위적으로 끼워맞춰지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작위성은 영화의 흐름을 덜컹거리게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인물의 감정에 이입하지 못하고 서성이게 만든다.


common (4).jfif 가족 드라마이자 사회 비판 다큐라는 양축의 바퀴로 움직이는 로드무비지만, 꽤 덜컹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인장이 깊이 새겨져 있는 영화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전작 『어느 가족』과 비교하는 억울함을 제외한다면, '가족'이 결핍된 지금 시대의 황량함과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충분히 빛났던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핍과 상실의 되물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런 경험으로 인해 오히려 한 인간을 온전한 성장시키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자성과 노력이 잔잔하게 반짝였던 아름다운 영화라는 점에서 또한 빛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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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족이 되어가는 그들의 빛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은 마음 한 켠을 데워준다.


덧붙이자면, 이토록 화려한 캐스팅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배우 이지은의 성장을 보는 재미와 서정성이 뚝뚝 떨어지는 정재일의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가 보너스처럼 주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배우 송강호의 칸느 남우주연상(이제서야!)을 축하하는 기쁨까지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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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배우 이지은과 칸느 남우주연상의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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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이지은,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주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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