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은, 「그 해 우리는」
실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청춘 멜로의 정석. 이토록 풋풋하고 설레일 수가. 하지만 다만 그저 멜로였다면 이렇게 마음을 울리지는 못하지. 이것은 청춘의 멜로만이 아닌, 결핍과 상실의 두려움을 품고 사는 아픔과 성장의 이야기.
누군가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 유년기의 상처와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그 유년기의 상처와 결핍은 평생의 두려움으로 우리의 마음을 뿌리부터 흔든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평범하게 사는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평범하지 않은 각자만의 사연이 되고, 그 두려움의 사연은 우리를 온전히 성장시키지 못하는 숨겨진 장벽이 된다. 그리고 닫힌 장벽의 세계 안에 갇힌 어린아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울고 있다. 그렇게 울던 어린아이들이 만나 서로의 세계에 들어가려고 문을 두드려보지만, 닫힌 세계는 열릴 줄 모르고 울던 아이는 상처가 두려워 숨어버린다. 하지만 그래도 청춘은 아름답다. 그들은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그래서 더 성장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사랑한다. 아프지만 뜨겁게 두렵지만 간절하게.
요즘의 시대에는 보기 어려운, 내면의 방황과 결핍에 충실한 이야기, 상실과 성장에 얽힌 사랑 이야기라는 면에서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청춘 멜로 드라마의 수작. 마지막 회 종영 후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되는 짜임새 높은 완성도의 성장 드라마.
역시나 최고의 공은, 내면의 긴장과 소소한 사건만으로 16부의 드라마를 충실하게 이어간 극본의 이나은 작가에게 돌아가야 하겠지만, 매회 풋풋함과 설레임뿐 아니라 단단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로 마음을 흔들어 주었던 김다미, 최우식 두 배우의 연기와 공간과 사람을 차분히 응시하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밀도있게 연출한 김윤진 PD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아름다움에 있어 최고의 숨은 공은 '조명'이 아니었을까. 빛과 공간, 빛과 사람, 빛과 이야기를 이토록 환상적으로 연결해준다. 무엇보다 그저 빛이 그윽한 화면만으로도 아름다웠던.
그리고 또 하나의 발견이라면, 오버 사이즈와 나팔 청바지가 이토록이나 잘 어울리는 김다미 배우의 매력. 다양한 감정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표정과 눈빛, 웃음과 눈물이 모두 매혹적인 여배우라니. 다양한 작품을 많이 해보길 바라지만, 멜로를 좀 더 찍어주었으면.
극본: 이나은
연출: 김윤진
출연: 김다미, 최우식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