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두에 꽂혔다. 만두야 역시 사 먹는 만두가 맛나지만, 집에서 몇 차례 해 먹다 보니 집만두의 담백한 맛을 알아버리고 만 것이다.
만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기, 특히 고기살에 붙어있는 지방이겠지만(그리고 조미료) 그건 파는 만두의 얘기일 것이다. 그에 비해 집만두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고기보단 두부다. 왜냐하면 담백한 맛으로 먹는 음식인데, 그 담백함이 두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특유의 고소함도 같이. 그래서 집만두를 해 먹을 땐 반드시 오일장 두부를 사용한다. 모든 식자재에서 오일장의 것과 마트의 것은 다르기 마련인데, 특히나 오일장의 손두부는 역시 마트에서 파는 두부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오일장 손두부에 비하면 마트에서 파는 두부(그것이 어느 브랜드이건)는 두부라 할 만하지 않다. 일단 식감에서부터 차이가 나는데, 물컹물컹한 푸딩 같은 마트 두부와는 달리 오일장 두부는 단단하고 견고하다. 이빨이 두부 사이로 들어가는 느낌이 묵직하달까. 식감뿐 아니라 맛도 당연히 다르다. 마트 두부는 두부의 맛이랄 게 별로 없지만 오일장 두부는 정말로 콩 내음이 물씬 풍기고 콩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렇기에 오일장 두부는 사 오는 날 바로 오로지 간장에만 찍어 먹곤 한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한 끼가 되고 충분히 배부르다.
집만두는 일단 그런 두부여야 한다. 한 모(마트 두부의 한 모에 비해 2배 정도 크기)를 그대로 으깨 넣는데, 두부가 너무 단단하다 보니 굳이 물기를 짤 필요가 없다. (마트 두부로 만두소를 만들 때는 반드시 물기를 짜야한다.)
그리고는 간돼지고기와 부추, 숙주나물, 다진 마늘 등 먹고 싶은 채소를 곁들여 넣으면 된다. 여기서 들어가는 간돼지고기 비율에 따라 감칠맛과 기름진 맛이 좌우된다. 그러니까 돼지고기를 많이 넣을수록 담백함보다는 기름진 감칠맛이 많이 나겠지. 사실 그러면 더 입에 착 감기는 맛이 나기 마련이지만 특유의 담백함은 포기해야 한다. 유튜브 채널의 레시피를 보면 돼지고기 양이 두부보다 많기 마련이다. 심지어 백종원 아저씨는 돼지기름을 더 넣으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그럼 더 맛있겠지. (난 기름진 맛을 좋아하지만, 같이 먹는 사람을 배려해야 하기에 자제한다)
그렇게 만두소의 재료가 다 준비되면, 간장과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설탕과 조미료, 들기름(또는 참기름)을 곁들이면 된다. 간도 최소로 해야 담백함을 살릴 수 있으니 적당히 넣어야 한다. 설탕과 조미료는 빼도 되지만, 역시나 조금 넣어주는 게 좋다. 아무리 집만두라 해도 말이다. (그래도 조금 넣어야 담백함이 유지되겠지) 간을 조금 하라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조금 하거나 하지 않으면 담백한 게 아니라 싱거운 만두가 돼버리고 만다. 역시나 요리의 화룡점정이자 가장 어려운 과정은 간 맞추기다. 그 어려운 '적당히' 말이다.
참고로 아무리 집요리라 해도 설탕과 조미료를 곁들이는 건, 역시 넣는 편이 맛이 돌기 때문이다. 오랜 요리 경험으로 추측컨대, 약간의 설탕과 조미료는 재료의 맛을 살려주고 도와주는 부스터의 역할을 해준다. 다만 설탕의 단맛과 조미료의 밍밍짭잘한 맛이 직접 나지 않게 넣는 게 중요하다. 이 또한 역시 '적당히'의 문제겠지만, 나는 옆의 사람의 눈치 때문에라도 정말로 새 눈물만큼만 넣고 그친다. 그래서 나는 모자란 간을 만두에 찍어 먹는 간장을 이용해 채워 넣곤 하는데, 이 접시 간장에 설탕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으면 간이 맞는 것이다. 담백함이 짭잘달콤함을 만나 폭발한다.
만두는 기본 찐만두에 군만두를 곁들인다. 만두가 쪄지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 이때 군만두를 하면 된다. 군만두는 간단한 것 같지만 쉽지 않은데, 자칫하면 속이 안 익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두를 크게 빚거나 불을 너무 세게 하면) 이때 만두를 익혀주려면 밀가루 물을 부어주는 방법이 있다. 바닥이 바삭해지고 담는 모양이 예뻐지는 건 덤이다.
요즘 집만두에 꽂히다 보니 급기야 어제는 만두피를 빚기에 이르렀다. 사둔 만두피가 다 떨어져 궁여지책으로 급조한 건데, 이게 또 신의 한 수다. 역시나 직접 노동해 만든 요리는 건강뿐 아니라 맛도 다르다. 직접 빚은 만두피의 쫄깃함과 바삭함이란. 두부의 담백함과 부추와 숙주의 아삭함, 은은하게 뒷받침해주는 고기의 감칠맛, 그리고 화룡점정의 설탕식초간장. 며칠 째 개눈 감추듯 만두를 해치우고 있다.
오늘 아침에 다 구워버리고 말았다. 오일장이 열리면 또 만들어 먹어야지. 아- 먹는 낙의 즐거움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