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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우산 Jul 17. 2023

소재에 기댄 한계

장항준, 『리바운드』

스포츠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스포츠라기보다는 드라마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역사와 그 역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캐릭터의 매력. 그리고 그 캐릭터들간에 빚어지는 갈등과 협력의 화학반응. 그래서 경기의 스펙타클 또한 그런 캐릭터의 역사로 인해 스포츠 이상의 드라마로 탄생된다. 감동은 그런 드라마의 결과물.


이야기 소재 자체 내에 드라마를 담고 있는 열악한 6인의 외인구단 농구부의 놀라운 도전과 활약이라는 실제 이야기는, 그 이야기 소재가 가진 태생적 잠재성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 독이 된 듯 하다. 소재 자체에 너무나 기댄 나머지(혹은 충실해야 한다는 의무감때문인지) 캐릭터의 역사와 드라마, 경기의 흐름을 납득시키는 연출은 사라지고, 실제 이야기 진행을 시간 순서로 맥락 없이 이어붙여 나열함으로써 영화도 아니고 다큐도 아닌, 재현에 가까운 전개로 오히려 소재가 가진 드라마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집중과 이완의 긴장은 사라지고 맥락 없는 짜집기가 연속됨에 따라 한숨으로 지쳐갈 때 즈음, 마지막 20분의 하이라이트에서 불꽃으로 잠시 타오르다 급하게 꺼져 간다. 하지만 이 역시 소재가 가진 드라마의 힘에 전적으로 기대어 이뤄낸 초라한 감동, 그 마저도 스포츠 영화의 오글거리는 클리셰와 대사로 힘겹게 끌어올린.




아무리 스포츠 영화는 뻔하지만 인간적인 감동으로 가는 전형적인 공식에 충실해야 한다지만, 사실 이것은 영화의 기본적인 짜임새의 문제. 그리고 마지막 20분에만 모든 것을 걸고 나머지는 사실의 나열로 분량을 채워나가는 건, 너무 안이하지 않은가. 그래서인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경기 결과를 설명하는 자막과 실제 인물의 사진을 영화 주인공과 교차로 보여주는 장면. 감동이 연출이 아닌 소재에서 온다는 점이, 바로 이 영화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 한계가 놓여있는 지점이기도 한.




각본: 권성휘, 김은희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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