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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우산 Jul 18. 2023

임상수 월드

임상수, 『돈의 맛』

임상수 감독의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영화이자, 가장 완성도가 느슨한 작품.(2012년 개봉)


예술 작품이란 그 안의 표현 요소들간의 미적 긴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긴장이 느슨해지거나 무너지는 순간 작품은 예술에서 통속이 되고 만다. 특히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는 영화는 여러 가지 표현 요소들을 하나의 테마, 또는 세계관 아래 이탈시키지 않고 묶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럼으로써 그 모든 요소들을 성공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장악력은 영화 내내 갈등의 고조와 이완을 반복하며 긴장을 지속하고 유지해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중반에 구축하던 내적 장악력이 중후반부에서 느슨해지다가 끝내 종결부에서는 무너지고 만다. 그런 붕괴의 순간은 일순간에 찾아오는 느낌인데, 때문에 예술적인 집중력을 놓쳤다기보다는 왠지 놓아버린 느낌이라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추측해보자면, 거대한 자본이 투자되고 여러가지 이해가 개입되는 산업적 예술장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외적 요소가 개입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혹은 감독이 어느 순간엔가 어떠한 이유로든 그 긴장과 장악의 끈을 놓친 것일지도.


어찌되었든, 임상수 월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도덕적 심판이라는 여과 장치와 뜬금없는 로맨스 라인의 인위적 화해라는 해피한 결말이 추가되면서, 영화를 유지해 오던 내적 긴장을 갑자기 잃을 뿐 아니라 마치 전혀 다른 영화가 되어 버린 듯한 이질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폄하하는 표현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야말로 용두사미가 되어 버린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화녀>의 후속작이라는 포부와 기획 하에 제작된 영화라는 측면때문에라도 안타까운 마음은 배가된다.


되돌이켜 보니, 영화 초중반부부터 영화의 주제의식을 직접적인 대사 처리로 드러내는 데서 느껴지는 조급함과 역시 <화녀>의 후속작임을 강조하고 인정받으려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영화 속 영화의 작위적인 삽입에서부터 그런 위태로움은 벌써부터 감지된다.


너무 박한 평가일까. 하지만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타이틀과 그에 따른 기대감이 오히려 독이 되었을 수도. 그런 배경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신인 감독의 작품이었다면 꽤 패기 넘치고 도발적인 고발을 직설적으로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는 평을 가져갔을 수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영화를 팽팽하게 지탱해 오던 내적 긴장을 잃고 느슨해졌다는 건 피해갈 수 없는 결점으로 지적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래도 그 불완정성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임상수다운 영화였고, 임상수 월드를 이해하기에는 좋을 다소 단도직입적인 작품. 제목부터 벌써 그러하지 않은가. '돈의 맛'에 중독된 자들의 노예적 속물근성과 그 붕괴의 과정을 담은 영화라는. 그렇지, 돈과 권력이란 중독되기 쉽고 또 벗어나기도 어렵지.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상실과 소외를 어쩌지 못해 (성적) 욕망에 집착하는, 애처롭고도 처절한 인간의 몸부림을 보여주는 임상수 월드의 인장 같은 장면도 여전히 잘 드러나 있는 작품.




각본: 임상수

감독: 임상수

출연: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김효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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