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군데 안일하고 느슨한 표현(가령, 과거 회상을 모두 대사로 처리한다든가 하는..)과 작위적인 상황설정(주인공의 불행을 위한 다급한 몰아가기 같은..)에도 불구하고 왜 이 영화에 마음이 흔들리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아마도 스러져가는 사람다운 정서의 마지막을 보는 안타까움 때문이 아닐까 한다. (2006년 개봉)
영화 속에 등장하는 PMP처럼 한때 있었지만 사라져 버린 추억처럼,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사람의 사람다운 순수 또한 추억으로만 되새김질될 뿐이다. 마치 사라진 한 때를 담은 영화 속 빛바랜 사진처럼,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 청년이 맞닥뜨린 결말처럼, 인간의 그런 순수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게 무너져버린 건 아닌지.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런 사람다움의 모습 - 인간성은 이토록 뻔한 심파 느와르를 의미 있게 만드는 정서가 되어주고, 영화 내내 흐르는 잔잔한 옛 발라드의 피아노 선율은 그런 정서를 증폭한다.
영화의 마지막, 불길 속에 쓰러져 혼이 나간 한 청년의 배반되고 버려진 인간성은, 어쩌면 단지 영화의 마지막이 아닌 시대의 마지막을 보는 느낌이어서 더욱 짠하다. 아울러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순수 느와르 장르 또한 그 마지막을 보는 것 같아 영화적으로도 짠했던.
모든 것이 파멸되는 영화 속 마지막 장면
이제는 유명한 밈이 되어버린, 청년의 울부짖는 그 대사는, 그저 우연히 유행이 되어버린 게 아닐 수도. 어쩌면 그건 우리 모두의 울부짖음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표현 요소 전반에 걸친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에서도 김래원과 김해숙 두 배우의 연기가 빛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