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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우산 Nov 27. 2015

아이돌은 뮤지션이 아니다?

아이돌 최고의 무대 향연, iKON의 [Mix & Match]

아이돌은 인기가 있는 만큼 그들에 대한 평가 또한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그중엔 특히 비난이 많고 질책도 많지만... 그래도 그들이 하는 '음악'만 보자면 국내 아이돌의 실력은 결코 웬만한 가수들, 뮤지션에 비해 그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할 만 하다.


SM, YG, JYP의 아이돌들


왜냐하면, 일단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양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선발된 재능 있는 인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땀과 눈물의 노력으로 그 재능을 개발한다면, 결과물이 어떠하겠냐는 건 막연한 추측만으로도 짐작할 만하다. 다만, 어리다는 이유로, 잘 생겼다는 이유로, 춤을 잘 춘다는 이유로, 마케팅 물량 공세가 심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오히려 그 실력이 드러나지 않을 뿐, 사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은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양에 비례한 만큼의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치열하기 그지없는 경쟁 상황은 그들의 노력을 더욱 부채질하는 부스터가 되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인정하기 싫다 해도, 그들의 실력이 출중한 건,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자연스러운 결과다. 


아이돌의 연습량은 엄청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참으로 우수한 경쟁력의 인력이겠지만, 한편으로 인권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아동 학대나 착취의 부작용이 큰 문제이기도 하다. 과연 인기를 위해 저렇게까지 아이들을 혹사시켜야만 하는가, 어디까지 그들의 희생을 용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겨진 문제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어쨌든 그들이 생산해 내고 있는 결과물은 최고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에 대한 충분한 인정이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대가로 우리가 줄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그들에게 기꺼이 박수를 쳐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음악이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추세인 지금의 시대에(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아이돌은 모든 면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가요계에 비로소 진입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가혹한 훈련과 강요된 열정은 부당할진 모르지만, 젊음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와 만나 어마어마한 창의력과 음악성을 가진 예술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아이돌의 음악적 수준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매우 인색하다. 그건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에 비하면 너무나도 가혹한 대우이기도 한데, 그 억울함은 아무리 호소해 봐야 오히려 대중들에게 더 큰 미움만 살 뿐이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아무리 수준이 높아도 그들은 대중들의 눈엔 결국 '광대'에 불과할 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광대의 웃음만이 아닌, 무대 뒤 편에서 그들이 흘릴 눈물도 생각해 보자


조금이라도 잘난 척을 하고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라도 하면, 마치 말 안 듣고 기어오르는 동네 꼬마를 꾸짖듯, 버릇없는 종업원을 대하듯 하는 그런 호된 째찍과 호통만이 돌아올 뿐이다. 최근의 아이유 사태(?)만 봐도 잘 알 수가 있다. 그냥 귀여운  척하는 여동생이었을 때는 '고것 참 여우같네'라고 귀엽게 봐주다가도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 하자 이내 '어딜 감히 높은 자리를 넘봐 건방지게'라는 시어머니의 눈초리로 한껏 회초리를 들어 보이지 않던가. 


왜 아이유를 뮤지션으로 인정해주지 않는가? 그녀가 쓴 곡과 가사에 진심으로 귀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아이돌에 비해, 좀 더 훈훈한 환경과 대우 속에 뮤지션의 길을 걷는 친구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오디션 출신의 가수들이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음악적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절차가 되고 있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준우승 출신들은 별다른 준비 기간과 마케팅 활동 없이도 인지도뿐 아니라, 실력에 대한 인정까지도 이미 갖춘 채 출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출발점이 앞서 있는 혜택을 갖춘 채 데뷔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환경이지만, 또한 그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기에 그런 혜택은 정당한 듯도 하지만, 사실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는 연습생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러울 수도 있고 혹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인지도와 실력 검증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사실 아이돌이 실력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란 아직까지도 두텁게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데뷔를 하고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팀임에도 불구하고 실력의 측면에서는 저평가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지금 인기 있는 아이돌의 경우에도, 그들의 대중성의 원인이 음악성 보다는 비주얼, 퍼포먼스, 독특한 컨셉 때문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대표적으로 걸그룹 중 가장 상위에 있는 소녀시대만 하더라도, 음악성의 측면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해 주지 않는 게 대중들이다. (사실 소녀시대는 실재로도 음악적 수준을 평가하기에 민망한 멤버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아이돌에게 컨셉은 인기를 좌지우지할 만큼 매우 중요한 인기의 비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팀. 가령 빅뱅이나 시스타 같은 경우라 해도 그런 평가를 받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을 통해 수 많은 검증 절차를 거쳤으며, 그나마도 일부 멤버에 한정되어 있다.(GD와 태양에 가려져 있는 대성, TOP, 승리를 보라) 그만큼 아이돌에 대한 대중들의 인색함은 아주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것이다. 


빅뱅이 아티스트로 인정받기까지는 1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영민한 비즈니스맨인 YG의 수장 양현석은 이런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아이돌 마케팅에 활용했다. 그러니까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인 인지도 확보와 실력 검증의 절차를 신인 아이돌에 적용한 것이다. 최근 아이돌의 경쟁 구도를 보자면, 전쟁, 난투극을 방불케 한다. 실력은 고사하고 인지도를 얻는데 만도 몇 년이 소요가 된다. 그 사이 들어가는 비용은 또 어떠하겠는가.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 몇 달만에 인지도와 실력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요술 방방이와도 같은 무기가 되고 있다. 효율성과 효과 측면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아이돌 연습생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하여 차곡차곡 테스트를 통과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YG 정도 되면 스케일이 다르다. 아예 프로그램을 만들어 버리는 것. 최근 방영한 [Win]과 [Mix & Match]가 그것이다. 결과는 대 성공. [Win]을 통해 만들어진 Winner는 이미 신인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거쳤고 [Win]에서 남은 탈락한 멤버들을 다시 모아 만든 [Mix & Match]는 iKon을 대형급 신인으로 데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다.(바비의 Show me the money 우승은 더욱 불을 지폈다. 그야말로 완전한 검증 아니겠는가.) 


양사장님은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릴 상황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JYP에서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Got7이 지금까지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억울했던 JYP는 역시 같은 방식을 차용하여 서바이벌 프로그램, [SIXTEEN]을 통해 걸그룹을 데뷔시켰으니, 그들이 바로 최근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던 TWICE다. 성적이 기대보다는 못 미친게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근 몇 년간 JYP에서 데뷔한 신인 중 가장 성공한 팀이 되었다. 허망하게도 그들이 몇 년간 쌓아온 실력보다는 마케팅 Tool이 그들의 성공을 좌지우지 한 셈이 된 것이다. 


아이돌 데뷔에 특화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실력을 간과할 일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잔인하고 혹독한 과정이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마케팅 전술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잘하는 정도가 아닌 것이다.


그 예로, 세 가지 무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콘이라는 대형 신인을 배출한 [Mix & Match]라는 프로그램 중, 미션으로 부과되었던 콜라보레이션 무대다. 가장 오래 연습생을 지냈고 실력도 출중한 세 명의 멤버(비아이, 바비, 진환)가 각각 리더가 되어 역시 YG 내 여성 보컬리스트와 함께 노래, 편곡, 퍼포먼스를 꾸몄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너무나 무대의 수준이 높고 몰입감이 좋아서 프로그램이 끝난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가끔씩 챙겨 보는 무대다.


왼쪽부터 비아이(B.I.), 바비(Bobby), 진환




긴 설명은 필요 없다. 무대를 보면 누구나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10대,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이 꾸몄다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그중 비아이가 리드한 'Let it go'는 정말이지 기가 막히다. 심사위원들도 말했지만, 나로서도 지금까지 본 어떤 let it go의 리메이크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즐겁다. 힙합적 해석을 통해 완전히 다른 노래로 태어났지만, 원곡이 주는 쉽고 익숙한 느낌은 그대로 가져간다. 정말이지 천재적인 편곡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이하이의 보컬이 더해지니, 이 무대가 풍기는 마력은 정말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다. 나머지 바비와 진환의 무대 또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세 무대는 꼭 한번 몰입해서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진환 팀의 'Treasure'


 바비 팀의 'Let's get it started'


비아이 팀의 'Let it go'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에피소드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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