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영, [나의 아저씨]
지금의 시대는 병들었다. 본래 병든 시대를 치유하는 건 종교의 몫이지만, 종교마저 병든 시대엔 어디에서 신을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더 이상 종교에게서 구원을 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인간은 길을 잃었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해야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나약했다. 병든 시대에 인간은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길을 잃은 시대에도 구원을 보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이전의 종교가 모두 그러했듯, 그 역시 인간에게서 빛을 본다. 인간이 보는 인간의 빛, 그 빛을 밝혀주는 일을 이젠 종교가 아닌 예술이 대신한다.
그래서 이 시대 예술가는 인간을 구원해야 하는 숙명의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순례자와도 같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은 결국 그 길을 가게 된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인간에 관한 신화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길의 끝에서 그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맞닦드리게 된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 '인간은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 '인간은 왜 인간인가' 라는, 그 어렵고 힘겨운 질문을.
이 작품은 그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빛을 향한 한걸음 한걸음을 힘겹게 옮겨가는 이야기다. 그렇게 이 작품은, 이 작가는, 이 병든 시대와 맞서고 또 싸운다. 그 맞섬의 태도가, 그 싸움의 길이 험난한 만큼, 그 한걸음 한걸음이 발하는 빛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또 그렇기에 이 숭고한 예술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
병든 시대를 치유하기 위해 고난의 길을 가는 종교적인 예술. 그 무거운 인간의 무게를 짊어지고, 시대와 맞선 힘겨운 싸움의 길을 걸어가, 인간의 빛을 보여주고자 했던, 한 예술가의 숭고한 노력과 아름다운 통찰에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