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따뜻함

고레에다 히로카즈, [바닷마을 다이어리]

by 빨간우산
나 여기 있어도 될까.


고레에다의 영화 치고는 꽤 밝은 편에 속한다. 만화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다. 온전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뿌리 깊은 결핍감이 오히려 서로를 보듬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갈 곳을 잃어버린 어린 여자아이 '스즈'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결핍을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인물이라는 면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다행히도, 스즈는 또 다른 결핍된 가족 구성원들, 즉 배다른 세 언니들에게 입양되어 안착할 곳을 찾는다. 하지만, 스즈는 세 언니들의 가정을 깬 장본인의 딸이기도 하다는 면에서 안착한 그곳에서도 계속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지만, 또 한편으론 언젠가 각자가 각자만의 가족을 찾아 떠나야 하는 개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네 여자들의 공동체는 따뜻하지만 불안하다. '따뜻하지만 불안한, 불안함 속의 따뜻함' 그것이 바로 가족을 보는 고레에다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 영화의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는 따뜻함에 더 가깝다. 이 영화가 여타의 고레에다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지점이지 않을까. 그들은 티격태격 싸울지언정 언제나 서로를 걱정하고 개인사를 혼자 고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 해체될지 모르는 불안한 공동체지만, 좀처럼 흩어지지 않을 것 같은 낙관적인 전망도 보여준다. 큰 언니의 존재와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그런 전망에 확실한 도장을 찍어주는 보증 절차와도 같다. 좀처럼 고레에다의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그런 낯선 '보증'이다. 아마도, 원작의 정서가 반영된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순간순간 쓸쓸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따뜻함과 안도감이 가슴을 메우는 영화. 가장 희망적인 고레에다의 영화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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