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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22년 6월 2주 차

by 재홍

결혼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지난 토요일에는 카피라이터 선배, 일요일에는 후배가 결혼했다. 식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인사하는 두 사람을 보내며 내 결혼식이 떠올랐다. 결혼이 미친 짓인 이유는 그 준비 과정이 미치도록 괴롭기 때문이리라. 결혼식 당일은 그 고통과 피로가 절정에 달했다. 그래서 두 번은 못 하겠다고 결심했다.


다행히 신혼여행은 그 모든 고통의 보상이었다. 아내와 나는 일주일간 모히토 속을 헤엄치며 천국 같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주말 결혼한 두 쌍도 모쪼록 그런 신혼여행을 보내길 바란다. 인스타그램을 할 시간도 없이 매 순간 행복으로 바쁘길, 하루하루 인생 최초의 기분을 만끽하길, 그리고 돌아와서도 매일 여행처럼 살기를.






물고기는 왜

존재하지 않을까


육지에 산다고 ‘육지류’라고 부르지 않는다.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라는 어엿한 이름이 있다. 그런데 물속에 산다고 ‘어류’라고 분류하는 건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위인전에서 에세이로, 나중에는 르포로 변하는 특별한 책이다. ‘어류’라는 분류가 부당한 것처럼 이 책도 지금까지 책을 나누던 잣대로 분류할 수 없다. 남성과 여성,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우수 인종과 열등 인종이 있다는 우생학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분류라는 족쇄에 대한 저항이다.






일할 때 헷갈리는 말들



결제 vs. 결재

결제: 카드로 결제할게요.

결재: 보고서 결재 올려요.


결제는 경제 활동, 결재는 보고서를 재가받는 일. 난 이렇게 외운다.



년도 vs. 연도

년도: 88년도 출생자, 14년도 졸업식,

*신년도 계획안

연도: 출생 연도, 졸업 연도


숫자가 붙으면 년도, 그 외엔 모두 연도. 두음법칙과 의존명사에 대한 복잡한 설명은 건너뛰자. 신년도는 '신년+도'라서 예외다.



각출 vs. 갹출

각출: 2차는 참석자끼리 각출했다.

갹출: 연말 회식을 앞두고 갹출했다.


오타가 아니다. '추렴할 갹'을 쓰는 낯선 단어 갹출. 각출과 갹출을 구분 짓는 의견은 저마다 다르고 개운하지 않다. 나는 '각출'은 이미 벌어진 일에 각자 내놓는 것, '갹출'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위해 각자 내놓는 것이라고 구분한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생애 최대 고민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생애 최다 고민일 수는 있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메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당신, 혹시 '결정장애'라는 말이 떠오르는가. 이처럼 장애라는 말은 습관으로 쓰이기 쉽다. 여기서 결정장애는 '결정 능력 부족'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는 '장애란 곧 능력 부족'이라는 색안경을 짙게 만든다.


결정장애, 눈뜬장님, 꿀 먹은 벙어리


흔히 쓰던 단어가 차별이라고 하면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그것도 재치 있는 농담이 된 현실. 이 현실에서 장애인은 어떤 마음이 들까. 이는 짜장이냐 짬뽕이냐 고민에 앞서 더 많이 해야 할 고민이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jaehong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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