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여행 #1
5박의 서울 일정을 마치고 점심시간을 좀 넘어서, 다시 고독하지 못한 곳으로 돌아왔다. 발걸음이 무겁고, 입맛이 다셔지고, 무척 아쉬웠다. 원래는 펜을 잡은 지금쯤 도착했어야 했으나, 폭설이 내린다는 기상 소식에 부랴부랴 교통 일정을 변경했다. 진득하게 느낀 고요도, 기대했던 만큼의 철저한 고독도. 모두 내 현실이었던 날들이었다. 퍽이나 행복했다.
당연했고, 미뤄두었던 규율이 희미해질 만큼 즐거운 날들이었다. 물론 서울을 익숙하게 다녀봤던 경험에 체력적으로 더 편했을 것이다.
혼자만의 작은 낭만을 찾아가자는 계획이 확정되었을 때, 먼저 숙소 선정에 가장 큰 시야를 두었다. 무엇보다 고독을 느끼기 위해서는, 똑 떨어진 혼자여야만 했기에. 홈셰어나 호스텔, 게스트하우스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MBTI가 I인지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에 있어서, 감정의 소모와 기대감이 그때마다 좌지우지 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연한 듯 한쪽으로 기울었다.
소비를 할 때 크기를 따지는 게 아니라, 방식과 합리적임을 따졌었다. 조건을 다 갖춘 괜찮은 곳을 물색을 하다가 역세권에 독방인 오피스텔을 발견했다. 정갈하면서도 게스트를 위한 준비가 무척 잘 되어 있어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체크인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여 숙소 문을 열었을 때 후련함이 먼저 찾아왔다. 소개글과 동일한 숙소의 구조에 그토록 기대했던 고요가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음껏 고독해도 된다는 듯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무거운 무게만큼 캐리어는 터질듯한 몸매를 자랑하는 슈크림빵 같았다. 적잖이 괴로워 보여서 얼른 풀러 주었다. 빈 옷장에 선별하여 가져온 옷가지들이 걸리고, 아우터를 마지막으로 건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냥, 너무나도 웃겼다. 아직 뭘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고독하다. 이럴 거면 더 일찍이 떠날걸. 아니, 그래도 바닥에 튀겼기에 이렇게 웃음이 날 수 있는 거겠지. 시기보다는 내 마음이 적절하니까.
이제부터 기대했던, 누구에게는 참으로 소박할 수 있는 그것을 잔잔히 적어보려고 한다. 풀어진 캐리어의 형상만큼 이 순간의 내 마음은 가득 채워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