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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Jul 08. 2021

무기력증에 관한 고찰

생각 노트 #01

" 당신은 무기력증을 어떻게 벗어나시나요? "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 내가 의욕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게을러서 일을 못하겠는 것인지 구분도 가지 않을 때, 보통 무기력증이라고 얘기한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한 의학 용어에도 뚜렷하게 한 자리를 차지고 있는 '무기력증'이라는 병.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병이 아닐까 싶다. 의욕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는 학창 시절부터 잡다한 생각이 많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사소한 일이라도 한 번 신경 쓰이는 날에는 몇 날 며칠을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그것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연관이 있는 일이라면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결국 사소한 일이자 생각이라는 작은 집을 뻥 뚫고 온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더더욱 자존감이 떨어졌을 시기에는 끙끙 앓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내 무기력증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하나씩 세어가는 나이와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 덕분에 무기력에 가중되는 무게 추는 더욱 무겁고 다양해졌다. 며칠 전에도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근래에 찾아온 적이 없어서 그런지 꽤나 심한 타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이 무시당하고 짓밟히는 기분이었다. 무기력증의 원인을 가져다준 사람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분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되는지. 꾹 참다가 내 할 말을 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원만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의 생각이 지속적으로 맴돌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이 예민해졌다.


 지금까지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고나 할까. 아직까지 몰려오는 자괴감을 힘겹게 밀어내며 무기력증을 두 눈 똑바로 바라보기에 도전했다.

 



 첫 번째로 나는 소심하고 남들의 얘기에 쉽게 흔들린다. 특히 나 자신이 듣기 힘든 얘기일수록 쉽게 날씨 변화가 이뤄진다. 즉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이전보다는 개선되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빛나는 자존감을 가진 이들에 선망의 눈빛을 보내는 건 더욱 강렬해졌으니 말이다. 


 두 번째, 애초에 성격적으로 행동력이 부족하다. 계획적이지도 않으며 힘겹게 계획한다고 한들 뿌듯하게 완수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먹구름이 가득한 나날, 새로운 계획을 기대하는 건 힘든 일이라는 걸 나 자신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적다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나란 사람, 내가 봐도 머리가 조금 아찔해지는 것 같다.


 



 아찔한 두통을 부여잡으며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맞다. 나는 소심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이 덕분에 빛나는 자존감에 대한 열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장마가 그치고 나면 다시 한번 열망은 불타올라 저 하늘의 해로 뜰 것임을 확신한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는 해와 함께하는 계획은 결코 쉽게 무산되지 않을 것이다. 뿌듯하게 완수하는 건 나 자신에게 어렵다. 그러나 '뿌듯하게 완성하는 것'이 내 욕심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덜어내기로 했다. '어느 정도 완수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어느 정도까지 왔는데 혹여나 뿌듯함까지 다가가고 싶은 적극성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는가. 


 결국 무기력함은 순전히 내 기분에 따른 것이다.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기분을 풀고 낫기가 그만큼 어려우니 '병'으로 치부되는 것이지 않을까는 생각이 뒤따랐다. 먹고 자는 것 이외에는 하기도 싫고 괴로운 이 마음을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을까. 


 아직 확실히 타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나이지만, 무기력을 마주하기에 도전한 나 자신에게 소소한 박수를 보내며 생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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