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 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 작가 Aug 09. 2021

선한 영향력에 대하여

생각 노트 #02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어떠한 질문을 한다. 무의식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기본적인 사회 작용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질문을 왜 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누구 씨는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한식, 양식?"


 "고기면 다 좋은 걸요."


 완벽한 피드백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상대방도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하겠지만 물어본 당사자도 생각에 잠긴다. 어떤 대답을 할까. 만약 그 질문이 오늘 내가 상대방을 위해 준비한, 지금의 만남 전부터 생각해왔던 질문이라면 더욱 대답이 궁금할 것이다.




 질문은 사회 작용이고 '나'가 아닌 다른 1인칭의 '나'에 대한 호기심이다. 질문은 호기심에 비롯하여 생기고 상대방에 대한 나의 호의이자 궁금증이다. 답변을 기대하는 나 자신은 상대방의 피드백에 생각했던, 혹은 생각지 못한 리액션을 받고 또 다른 생각과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연쇄적인 사회 작용으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상호 작용은 서로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행위이다.




 요즘 나는 모든 직장인들이 부러워하는 '백수'의 삶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기상 시간이 2시간은 미뤄졌으며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조금 모호해졌다. 그리고 하루마다의 계획 수립과 시간적인 분배가 항상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만족도는 항상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흐린 자괴감에 가끔 시무룩해질 때도 있지만, 백수라고 찾아오는 친구는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했던 내 성격의 동반자이기에 이제는 익숙하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은 블루투스 이어폰과 함께 유튜브에 투자한다. 조카들이 나를 바라본다면 태평한 백수 삼촌으로 보일 것 같아 웃음 짓는다. 이제 반 오십을 넘긴 나에게  '지금까지의 인생에서'라는 문장은 스스로 어색한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나는 '나'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주변엔 환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네모난 차원 상자를 바라보면 눈이 부실 정도로 많은 별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별들의 바다, 은하처럼 말이다. 


 항상 나는 거리에 상관없이 환한 이들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받아왔다. 그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그리고 그 내용은 나에게 쓰는 메일처럼 항상 그들에게 한 번, 나에게 한 번, 두 번 질문했다. 답신이 빠를 때도, 아주 느릴 때도 있었지만 변덕스러운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이기에 문제 될 건 없었다.


 수많은 질문들을 나에게 했고 지금도 찰나에 이것저것 물어본다. 사소한 행동부터 긴 계획의 완성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 많은 질문들의 피드백, 하나의 뜻으로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리고 별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모든 것에 흥미가 당기고 심박수가 빨리질 때쯤 항상 나를 감싸주는 감상이 있다.




 "나도 저들처럼 되고 싶다. 빛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선?"


 질문의 연속이었다. 나를 일깨우고 움직이게 하는, 선한 영향력의 연속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기력증에 관한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