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Maturity Framework로 보는 디지털 전략
집 사는 이야기를 잔뜩 올리고는 한동안 글 쓰는 게 귀찮아졌다. 정확히는 바빴던 것도 있고, 락다운이 풀리면서 미뤄왔던 일들을 하느라 피곤했던 것도 있다. 평일 저녁에는 일과 관련된 생각을 하기 싫었던 것도 있다. 다른 주제의 글을 쓰는 게 꺼려졌던 걸 보면, 뭔가 마음에 정해놓은 순번이 있던 모양이다. 변변치 않아 유별이다. 그런 유난을 떨며 쓰려했던 순서의 글은, 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회사라면 한 번쯤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우리 진짜 잘하는 거 맞아?
작년 클라이언트인 B사로부터 위 질문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 1위 사업자로 좋은 NPS 스코어도 늘 받고 있고, 매출도 꾸준한 곳이었다. 내부에 데이터 분석 인력들도 있고, 꾸준하게 우리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몇 케이스 스터디들을 만들던 곳이라 의외였다. 하지막 적절한 시기에 좋은 질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클라이언트지만, 가장 '진보된' 클라이언트는 아니었다. 그들도 여느 클라이언트들과 다름없이 주요 conversion path에서 data collection을 하고 audience를 만들고, CRO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자 대충 그것이 끝이라 생각하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판데믹 속에서 그들은 디지털 마케팅과 데이터 전략 측면에서 '정말' 잘하고 있는지, 다른 경쟁자들을 벤치마킹해야 할 요소는 없는지 궁금해할 여유를 찾게 됐다.
다른 장면도 머리를 스친다. 처음 분석 일을 시작할 때 한국의 한 회사에 컨설팅을 할 일이 있었다. 굉장히 유명한 팀의 고객이기도 했어서 어떻게 했을까 궁금했는데,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일을 하다 보니 그 에이전시를 탓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회사 대표님이 세팅되어 있는 매출, ROAS, ecommerce report들에 만족하고 계시더라. 매일 GA 모바일앱을 들여다보며 매출과 트래픽 현황을 확인하시고 계셨는데, 막상 그 결과들을 만드는 원인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심이 없으시거나 모르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클라이언트를 두고 있는 컨설팅 회사라면 고민이 많아진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과 구글이 함께 연구한 Digital maturity framework는 위 경우를 포함해 사뭇 다른 아래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돕는다.
디지털 마케팅을 잘하는 글로벌 회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디지털 역량이 향상됐을 때 실제 비즈니스가 얻게 되는 이득이 있을까?
Digital maturity를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와 Best practices들이 있을까?
매출과 ROAS만 들여다보시는 대표님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그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매출과 ROAS라는 KPI의 성장에 향상된 데이터와 디지털 마케팅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공부해야 하고, 더 투자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 정체된 비즈니스는 있지만 정체된 고객은 없다.
일단 baseline은 당연히 더 높은 digital maturity가 돈 벌어주냐는 것이다. 답은 'Yessss'.
구글과 BCG는 실제 maturity가 Effectiveness (=Revenue) 와 Efficiency (=CPA) 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도 함께 살펴봤다. 그 결과 Nascent에서 Multi-moment로 maturity가 나아졌을 때 매출이 20%까지 상승했고, CPA 역시 -30%까지 절감했다. 따라서 Digital Maturity Framework는 개념적인 결과만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framework이다.
Digital Maturity framework를 통해서 사실상 회사/조직들이 깨닫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는 그들이 global best practice와 top-tier 회사들의 디지털 전략 방향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BCG와 Google이 임의로 top-tier 회사들을 분류한 것은 아니다. 첫 가설을 바탕으로 시작해 가장 sophisticated 한 마켓으로 알려진 EMEA에서 구글이 보유한 50개가 넘는 케이스들에 대한 분석과, 39개 회사들을 belief audit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34개 정도 전략적 practice들을 추렸고, 이들과 회사들의 maturity에 사이 correlation과 frequency를 모델링했다.
그 결과 회사들의 digital maturity를 4단계로 나눌 수 있었고 추가로 200개의 브랜드를 설문한 결과 top maturity에 해당하는 multi-moment에 해당하는 회사는 전체의 2%에 불과한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각 단계는 다음의 한 문장으로 각각 표현된다.
1. Nascent: Simple campaign-based execution (단순히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을 실행하는 단계)
2. Emerging: Some use of owned data in automated buying (부분적으로나마 1P 데이터를 programmactic buying에 사용하는 단계)
3. Connected: Data integrated and activated across channels (모든 온라인 데이터가 결합된 단계)
4. Multi-moment: Dynamic customer journeys toward business outcomes (결합된 온오프라인의 user journey 데이터가 모든 touchpoint에서 실제 비즈니스 결과물을 만드는 단계)
약 90%에 해당하는 회사들이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Emerging이나 Connected에 해당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다음 단계에서 요구되는 역량들이 더 까다로워지는 것을 본다면, 생각보다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68%의 회사는 auomated process를 갖추지 못했고, 78%는 사용자가 경험하게 되는 각 touchpoints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83%는 그 touchpoints들을 결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조직이 커질수록, 큰 브랜드일수록 내부 저항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는 그럴지 모르겠다.
아 우리는 서버에 온오프라인 데이터가 다 있고, 매일마다 자동화된 SQL 쿼리로 대시보드를 만들어 그것을 보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2%에 해당하겠네.
그런 상사를 둔 담당자들의 답답함을 예상하여 BCG와 Google은 6개의 성공요인이자 평가기준을 마련해놨다.
Connected data (연결된 데이터)
Automation and integrated tech (자동화되고 결합된 테크 스택)
Actionable measurement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이터)
Strategic partnerships (전략적 파트너십)
Specialist skills (스페셜리스트들의 기술)
Agile teaming and fail-fast culture (Agile 조직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위 3가지는 기술적인 성공요인이고 아래 3가지는 조직적인 성공요인이다. 이것은 중요한 부분인데, digital maturity에 있어서 technical maturity만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조직이 얼마나 agile 하고 fast learning 할 수 있는 환경인가. 우리 회사와 같은 partner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BCG 리포트에서 밝히고 있듯이, advanced tech가 20% 정도 campaign performance를 높여준다면, 거기에 적절한 human input은 추가로 15%를 향상한다.
만약 여기까지 동의했다면, 다음 질문은 그럼 우리가 그 6가지 enabler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라는 것이다. 아래의 그림을 참고하자.
위를 본다면 처음 예시로 들었던 임원 분은 top-tier를 자신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SQL 쿼리로 반복적인, 부분적인 인사이트만 얻는 것은 연결된 데이터가 아니다. Reporting process가 자동화되었을 수는 있지만, measurement-activation-optimisation이 자동화되지 못해서 automation 부분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Actionable measurement에서도 로그 데이터 분석의 단점 덕분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이 그렇듯 조직적 성공요인에서 많은 감점을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자세히 살펴볼수록 각 attribute의 달성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Actionable measurement에서 Tagging in place 하나만 가지고도 audit에서 지적받을 부분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connected data는 사실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외로 좋은 점수를 받는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이 생각보다 수동적인 경우도 많고, native integration을 고려하지 않은 산발적인 acquisition들 때문에 다시 tech stack을 검토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connected data가 actionable 하냐 activational 하냐 라는 질문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회사도 많다. 그리고 3가지 언급된 organisational enabler들은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Avinash Kaushik이 오래전에 이야기했듯이, 10%의 돈이 도구에 투자되고 90%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어디에서 좋다고 하여 비싼 툴을 구입하였으나, 내부적으로는 쓸 줄 모르기도 하고 쓸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안주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우선 구글은 이런 maturity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을 위해 digitalmaturitybenchmark.withgoogle.com을 만들고 스스로 설문에 참여해 진단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긴 하지만 그 결과는 훌륭한 편이다.
일단 알아둘 것은 이 평가가 디지털 마케팅에 굉장히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assessment dimension이 본래 BCG와 Google이 진행한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마케터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Attribution, Assets and ads, Access, Audience, Automation, organization의 6가지 dimension으로 조금 더 범위를 좁혔다. 그리고 각 dimension에 대한 평가와 benchmark를 제공해 조금 더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용이하도록 했다.
다만 기존 BCG의 Digital Maturity Framework도, WithGoogle의 평가 서비스도 디지털 마케팅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Digital analytics나 CRO에 있어서의 활용도가 좀 떨어진다. Tagging in place 하나만 가지고도 GA에 있어 pageview, basic/advanced events, enhanced ecommerce 등 충분히 세분화가 되기 때문이다. CRO 역시 Testing always on 하나만 가지고 어떻게 평가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회사에 제안 후 기존의 Digital Maturit Framework를 강화해서, 아래의 CRO를 위한 framework를 만들었다. 이 framework는 후에 글로벌 은행 A,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B 등의 CRO 프로젝트의 세일즈와 실제 CRO strategy에 활용되고 있으니, 이 프로젝트를 리드한 사람으로서는 꽤 보람을 느끼는 대목.
최근에는 Digital Analytics에도 동일한 접근을 시도해서, GA audit과 Implementation도 Digital maturity framework와 연결하여 진행하고 있다. 아직 클라이언트 1개만 진행한 상태라 성공 여부를 말할 수는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첫 advanced analytics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으니 소정의 결과는 얻었다 하겠다.
그러하여 개인적으로도 컨설팅을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글이나 써야지.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글로 MightyHive Inc. 및 Media.Monks 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