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노르망디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여태껏 써오던 글을 정리 해 출판사에 투고하려 했어요. 프랑스에서 살고 여행하며 겪은 7년 동안의 기록된 감정을.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투고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기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오더군요. '그래, 우선 적어둔 글부터 정리하자.' 아침이면 창이 넓은 몽쥬의 한 카페로 향했습니다. 막상 정리를 해보니 투고를 할 수 있을만한 글의 수가 많지 않았고 그 탓에 고작 몇 달의 시간으로는 힘들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해볼 수 있을 만큼은 해보기로. 그러다 위클리 매거진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떠 올렸고 해가 바뀌기 전 날인 12월 31일, 파리 증후군 연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한 달여가 지났을 때 즈음 한 통의 축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한 달 뒤인 3월,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내심 수요일 아니면 토요일 연재를 하고 싶었는데 수요일로 배정되어 괜스레 기분이 좋았어요.
'파리 증후군'이라는 제목은 출판 투고를 염두해 붙인 제목이에요. 여행 산문집이지만 제가 지금 생활하는 곳은 파리이고 그곳을 위주로 겪은 감정의 이야기들을 적어내기에 가장 좋은 제목이다 싶었죠. 흔히 말하는 파리 증후군의 의미와는 비슷한 듯 달라요. 보통 상상의 파리를 현실 속에서 만나게 되며 겪은 괴리감을 파리 증후군이라 지칭하는데 글 속에서 정의된 파리 증후군은 그러한 괴리가 있음에도 파리에서 겪은 복합적인 감정의 그리움으로 인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 그 점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발행된 열두 개의 글은 매일을 여행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면서, 파리에서 삶을 채워가는 사람으로서 이곳을 잠시 스쳐가는 이와는 다른 감정을 말하고 싶었어요. 내 것이 아닌 감정의 주인이 그것을 보고 되찾아 가기 바라는 마음에 적은 글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글을 발행한 지난 수요일. 헛헛한 마음에 센 강에 나가 파리를 바라보다 들어왔어요.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꽤나 늦은 시간까지 퐁네프 다리 위에 서 있었죠. 여전히 바람은 시원했고 노을은 아름다운 곳.
매주 한 번씩 글을 적기 전에는 세 달여 정도의 시간이 꽤나 길다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에필로그를 적고 있습니다. 출판 투고를 위한 글은 여전히 적고 있지만 매일 화요일 아침에 발행 예약을 등록하는 일이 당분간은 없을 테니 조금 섭섭하기도 하네요.
부족한 글임에도 브런치와 매거진을 구독해주신 600여분의 분, 그리고 시간 내어 글을 읽어 주신 많은 분들께 이 글을 통해 고맙다는 말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파리에 오시거든 말해주세요. 반가운 마음으로 이 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햇볕 잘 드는 테라스에서 커피 마셔요, 우리.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à très bientôt et bonne journée!
흰남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