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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Oct 04. 2017

お邪魔しますの心

말이 사라진 자리에 마음은 남지 않습니다

お邪魔します。실례합니다. 자주쓰지 않는 말입니다. 한국에선 거의 써본 적이 없고 일본에서도 이 말을 뱉은 일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 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도쿄의 언덕집을 방문했을 때, 여행 작가인 다카하시 아유무 씨의 인터뷰를 위해 시모키타자와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정도가 다입니다. 그러니까 お邪魔します、이 말을 저는 매우 소홀히 해왔습니다. 사람을 만났을 때 건넬 말은 많고도 많았고, 굳이 음절도 많은 이문장을 얘기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お邪魔します、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잡지의 어느 페이지 덕택이었습니다. 일본의 남성 패션지 <뽀빠이>는 7월 교토를 특집으로 했습니다. 정원과 강, 그리고 가게들이 가득히 들어간 책이었습니다. 이 잡지를 훑다 어느페이지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제목이 ‘お邪魔しますの気持ちを大切に(실례합니다의 마음을 소중히)’였습니다.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실례한다는 마음을 되새기게 됐습니다. 이는 신세를 지겠다는 얘기였고 그걸 이제서야 알아차렸습니다. 그러니까꽤나 적극적인 인사였습니다. 이 문장은 신중을 다해야 하는 말입니다.그래야만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말에 신중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란 말 한 마디 없이 참 많이도 신세를 졌습니다. 문장하나에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전해지지 못한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그래서 이 글은 ‘お邪魔します‘에 대한 저의 반성문입니다.


여행 잡지에서 일하며 중국의 여순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안중군열사가 투옥됐던 감옥이 있다는 걸 제외하면 별 게 없는 도시입니다. 그러니까 흥미가 일지 않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거만했습니다. 거리를 거닐며 마주치는 사람은 다 더러워보였고, 인도를 주행하는 차를 보고는 이들의 질서 의식을 의심했습니다.신세지고 있는 곳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이 제겐 없었습니다. 동남아시아를 다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잠자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이 몽글몽글 샘솟았습니다. 모든 게 부정적으로보였습니다. 새로움과 다름을 받아들일 자세가 저는 되어있지 않았습니다.<뽀빠이>의 기사 중 전문에 손님을 향한 한 가게 주인의 말이 나옵니다. 그는 “이상한 손님이 올까봐 경계를 취한다”고 했습니다. 큰 목소리로 떠들고 무작정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타인의삶의 공간까지 서슴없이 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로 읽혔습니다. 손님을 미리 재단하고 판단하는것 같아 조금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관광은, 여행은기본적으로 신세를 지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움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은 현지인의 오픈된마음과 자세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했었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았던 말 한 문장은사실 모든 걸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 하얀색 도화지가 깔아졌습니다.


お邪魔します, 이 말은어쩌면 사회를 살아가는 마음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견 그저 하나의 인사말로 들리긴하지만 의미를 곱씹어 보면 말의 뉘앙스에서, 품 안에서, 그리고깊은 바닥에서 사람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신세를 지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행을 할 때는 물론이고 가게에서 물건을 살때, 신호를 보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그리고 전화를 하거나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소한 일에서 조차 우리는 신세를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례합니다란 말은 소홀히두어선 안됩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 문장의 의미를 품어야 하고, 행동 하나 하나에 이 의미를 사고해야 합니다. 더불어 저는 이 마음을일본인에게서 자주 봅니다. 도쿄에 살면서, 일을 위해 일본사람들과 만나며,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작지만 커다란 배려를 경험했습니다. 제가 아는 일본 사람들은 섬세하고 세밀하며 타인의 삶에 신중과 조심을 기합니다. 실례합니다란 마음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세와마음이 새로움을 길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도쿄에 살며 햄버거 가게에서 일할 때 저는 서비스의 새로운세계를 체험했습니다. 따뜻한 요리와 찬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봉지를 따로따로 나누어 담는다거나 그어디 화장실에 가도 가방이나 짐을 둘 곳이 있다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이는 타인의 삶에 귀 기울이고섬세한 마음으로 세밀하게 사고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내 삶이 소중하면 타인의 삶도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은 타인을위한 배려이자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동력입니다. 결코 무시해선 안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음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신세를 짐에도 신세진다는 말을 하지 않고, 여행이 오직 자신의 것인줄만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 오사카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사카에서는점원 뿐만 아니라 손님도 아리가또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손님이 있기에 주인이 있고 주인이 있기에 손님이있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간과합니다. 실례합니다란말을 소홀히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사라지면 마음도 사라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실례합니다, 이 말을 마음과 함께 잊었는지 모릅니다. 말은 하지 않으면 잊혀집니다. 말이 잊혀진 자리에 마음은 남아있지않습니다. 그렇게 변해버린 세상은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려없는 마음은 다툼이 일기 십상이고 다툼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배려를 찾는 건 간단하지 않습니다. 함께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은 제각각 서로 다르고 사는 방식도 그만큼 상이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어디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바로말 한 마디, 실례합니다라는 말, 그 안에 시작이 있습니다. 나아가 존중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삶 속에 스며 들어야합니다. 그것을 일본인은 잘합니다. 저는 그렇게 보았습니다. 거기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남아있는 마음의 한 자락, 배려를 찾아가는 마음의 발걸음을 쫓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실례합니다, 이 말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합니다. 잊혀졌던 마음을 복원해야 합니다.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 아니 누군가의 공간에 들어설 때 우리는말하지 않았던가요?. お邪魔します、실례합니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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