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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Oct 30. 2017

이른 새벽에 일어난 새처럼

새벽 4시 52분의 마음을 간직하기 위하여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깼다. 시계가 8분 빠르니 4시 52분 즈음이다. 운동을 하면서 사이사이 트위터를 보았다. 마치 일찍 일어난 새가 이른 모이를 주워 먹는 것처럼. 어제 11시 즈음 누웠으니 고작 다섯 시간 조금 더 잤을 뿐일 텐데 기분이 상쾌하다. 무언가 단정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꿈에서 울었다. 돌아가신 아빠가 나왔고 엄마는 어디 험한 델 다녀 오셨다. 나는 엄마를 보고 더 울컥했고 누나들이 달래주웠다. 기억에 남는 건 이 정도다. 무엇때문에 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마음이 편해지는 울음이었다. 알람이 울렸다.


새벽 일찍 잠에서 깨는 일이 잦다. 자리에 누운 시간과 상관 없이 그렇다. 그래서 대개는 이른 새벽 운동을 하고 하려던 하루의 일정을 조금은 일찍 시작한다. 새소년의 EP를 들으며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새소년의 새소년이 나오고 있다. KBS가 파업을 한 뒤 KBS Worldwide가 이상해졌다. 일본어 방송이 사라졌고, 대신 박정현의 영어 방송 One Fine Day가 새로 생겨났다. 그래서 라디오를, 의도치 않게, 멀리하게 된다. 박정현의 One Fine Day는 꽤나 좋지만.  


카세 료의 오래 전 영화를 보았다. '허니와 클로버'란 제목. 만화를 원작으로 가져온 게 여기저기 티가 나는 꽤나 유치하고 뽀샤시한 만듦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세 료는 어딘가 고독의 기운을 내비치고 있다. 홀로, 유일하게 말이다. 카세 료에 관한 글을 하나 써보려 한다. 우연히 수오 마사유키의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어'를 다시 보게 되었고, 그의 영화 '허니와 클로버'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영화 '카이탄 시의 풍경'을 볼 예정이다. 검색 중 보게 된 한 인터뷰의 제목은 '사람은 외롭다(人は寂しい)'다. 한 방송에서는 그의 연기를 '받아주는 입장(受け手)으로 정리하던데 그는 상대가 있음에도 고독하고 외롭다. 카세 료의 그림자가 되고 싶다. 이번엔 내가 '받아주는 입장'이 되어 써볼 생각이다.


허전함, 허무함에 대해 생각했던 어제였다. 그런데 결국 든 생각은 허무하게도 둘은 내가 채워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는 거다. 그 외에 별 수가 없다. 그런 것 같다. 꾸준히 '도너츠 홀'을 채울 거다. 구멍이 다 채워지진 않도록 애쓸 거고, 동시에 탄탄하고 견고하게 만들거다. 어제 업로드한 '도너츠 홀'의 게시글은 두 편.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깼다.


새벽 4시 52분에 쓴 글을 새벽에 일찍 일어난 새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아침 8시 37분에 다시 바라보고 고쳐 다시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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