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RESQUE Oct 30. 2017

回想、회상

全然平気だ。

상관없다. 전혀 괜찮다. 말하기 거시기한 일도 있고 퍼블리 리포트는 136%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지만 상관없다. 전혀 괜찮다. 全然平気だ。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모 해외 영화제에서 '일본에서 가장 느긋한 영화 만드는 감독'이라 소개받은 거에 위화감을 느껴 '내가 이런 느긋하고 느려터진 영화를 만들까보다!!'라며 다음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기분 따위 내가 질까보다 싶다. 자비 출판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1인 출판의 이야기로 옮아갔다. 1인 출판 이야기를 훑다보니 세상엔 작기에 가능한 세상도 있지 않나 싶다. 커다란 목표 없이, 화려한 피날레 없이 성립 가능한 세계같은 거 말이다. 그러니까 상관 없다. 全然平気だ。


가려던 아오이하나의 레스토랑은 공교롭게 매주 월요일이 휴일이었다. 공교롭게 오늘은 월요일이다. 그래도 다행히 백화점은 휴일이 아니었고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팬츠를 공료롭게 구입했다. '도너츠 홀'이란 매거진을 만들었다. 혼자 만들었다. 그러니까 1인 매거진이다. 이제 3일이 지났다. 성과라고 말하면 다소 거창하지만 괜찮다. 방문자수도, 좋아요 수도, 공유 수도 그저 그렇지만 괜찮다. 全然平気だ。세상엔 작기에 가능한 세계도 있으니까. 지난 주 금요일 비하인드의 아르바이트 사람이 계산을 잘못했다. 먼저 시킨 밀크 티를 계산에서 빼먹었다. 그래서 오늘 가 계산을 했다. 결제 되지 않은 밀크 티를 안고 있는 주말 내내 마음이 찜찜했다. 세상에 그저 먹는 밀크 티는 없다.  



사이하테 타히의 시집을 사읽었다. 지난 번 도쿄에서 구입했으니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이시이 유야 감독은 사이하테의 시집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았고, 나는 GV를 통역하며 그와 만났다. 물론 영화도 보았다. 영화는 도쿄란 껍데기, 도시의 쓸쓸함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시를, 영화처럼, 영화를, 시처럼 이시이 유야는 만들었다. 부산에서 나는 거의 혼자였다. 선배를 세 분 마주치고 만나기도 했지만 그 일을 제외하면 거의 혼자였다. 그러니까 부산에서 나는 외톨이였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 사이하테 타히의 시집 제목을, 이시이 유야 감독의 영화 제목을 빌려 '부산의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최고 밀도의 짙은 블루'라고 할 건 아니지만, 그만큼 외로웠다. 별 다른 일은 아니지만 외로웠다. 하지만 익숙하다. 그런 일상이다.


람프의 노래를 들었다. 오랜만이다. 당연히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다. 미타카다이 역에서 람프의 노래를 들으며 집까지 걸어갔던 때가, 아르바이트 가게에서 땀 흘리며 일했던 때가, 프리타 주제에 100만원이나 되는 재킷을 사질렀던 때가. 아오이 하나는 할로윈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호박 수프라는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고 문고리에는 호박 귀신이 걸려있었다. 예전 일하던 가게가 생각났다. 그곳은 24시간 영업에 흡연까지 되는 도쿄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최소한 내게는 그랬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쿄 소나타'를 유로 스페이스에서 보기 전 처음 갔었던 곳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은 최근, 유독 자주 과거의 나날을 회상케 하는데 그 간섭이 싫지 않다. 지금이 불충분하기에, 현재가 모자라기에 조금은 지나간 시간에 기대고 싶다. 람프의 공연이 11월 4일이다. 무사시노 대학에서 하는 무료 공연이다. 하지만 갈 수 없다. 그럴 처지가 못된다. 그래도 괜찮다. 상관없다. 全然平気だ。그러한 기억만으로, 추억만으로 현실을 버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아오이하나의 야키소바 빵은 정말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야키소바는 그냥 야키소바로 먹고싶다.


https://youtu.be/idlv7hKRTQ0
https://publy.co/project/1230

매거진의 이전글 이른 새벽에 일어난 새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