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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Nov 01. 2017

마지막에서 두 번째 月

조바심과 작은 안도감의 달이 찾아왔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사랑(最後から二番目の恋)'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코이즈미 쿄코가 잘나가는 TV프로 기획자로 출연하고, 나카이 키이치가 지루하고 따분한 시청 공무원으로 출연해 마지막을 남겨둔 사랑을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중년 남녀의 사랑 얘다. 코이즈미 쿄코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꽤나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중년 로맨스라 하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른다는 암시의 기운을 풍기기 마련이다. 특히나 TV 드라마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두 번째 사랑'은 제목이 말해주듯 아직 남아있는 사랑, 다하지 않은 사랑의 기운을 풍긴다. 셀 수 없는 사랑을 셈하고, 그렇게 마지막이 남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게 이 드라마의 주제다.


달이 한 달 남았다. 11월이 되었다. 그러니까 마지막에서 두 번째 달이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가 갖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끝이 날 거라는 조바심과 그래도 아직은 끝이 아니라는 작은 안도감이 사람을 부지런하게, 맑게, 투명하게 만든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담배는 조금 더 맛있게, 조금 더 음미하며, 조금 더 깊게 즐긴다. 아직 한 대가 남아있기에 여유를 더 부릴 수 있다. 그리고 이 '마지막에서 두 번째'라는 건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게도 하는 것 같다. 코이즈미 쿄코도, 나카이 키이치도 극중에서 그런다. 나 역시 그렇다. 동시에 연말과 달리 수정할 수 있는, 더할 수 있는, 바꾸려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니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달이 왔다.

https://youtu.be/L0VPxauTx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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