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서 두 번째 달, 11월이 되었다
사랑의 시작 앞에 여자는 말한다.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나아요. 설령 해피엔드가 아니라도 말이죠." 수 차례의 연애, 그리고 아마도 수 차례의 실연을 경험해본 연애는 이렇게 지혜를 길러낸다. 나이는 조금씩 늘어 마흔 중턱을 넘었고, 젊음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 새로운 만남을 담아낼 용기를 잃었다. 이제는 그저 스스로의 행복, 그리고 건강을 찾는 나이. 하지만 이 소박함이 40대를 활기차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욕심을 버린 마음이 동시에 집념도 털어낸다. 후지 TV에서 방영중인 목요 극장 드라마 '마지막에서 두 번째 사랑.' 방송국 프로듀서인 40대 독신 여성과 시청 관광과에서 근무하는 50대 독신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한 차례 격량이 일고난 뒤 남겨진 삶과 사랑에 대한 풍경이다. 밀고 당기는 20대의 사랑, 일과 자아, 회사와 육아 사이에서 30대의 삶을 지나 40대는 어떤 사랑을 할까. 그리고 어떻게 삶을 꾸려갈까. 드라마는 인생의 출발보다 끝에서 가까운 이 시간의 사랑과 삶을 들여다본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사랑>은 후카츠 에리 주연의 <그녀들의 시대>, 다케노우치 유타카,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비치 보이즈> 등을 쓴 오카다 요시카즈의 작품이다. 주연은 최근 구로사와 기요시와 드라마 <속죄>를 찍은 코이즈미 쿄코와 베테랑 배우 나카이 키이치. 셋은 이미 1995년 <아직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어>에서 한 차례 협업을 한 바 있다. 당시에도 각본이 오카다 요시카즈, 주연이 코이즈미 쿄코와 나카이 키이치. 에도시대 신분의 차이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가 현대에 다시 태어나 운명을 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아직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어>는 결말까지 주인공 남녀가 좀처럼 얽히지 않는 독특한 구조의 드라마였다. 오카다 요시카즈는 전생에서 갓 태어난 사랑, 시작 목전의 사랑을 아슬아슬하면서 농밀하게 그렸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그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사랑을 꺼냈다. 설렘보다는 쓸쓸함, 아련함이 더 짙은 남녀의 사랑은 시간과 삶에 대한 지혜 한 수를 건네준다. 격정의 불륜, 혹은 훈훈한 인간애만을 떠올렸던 중년의 로맨스와 사뭇 다르다.
이야기는 여주인공 치아키(코이즈미 쿄코)가 가마쿠라의 고민가로 집을 옮기며 시작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을 요량으로 이사를 결정한 치아키는 새로운 이웃으로 나가쿠라 일가를 알게 된다. 부인을 병으로 떠나보내고 동생, 딸과 함께 사는 와헤이(나카이 키이치), 밝고 명랑해 보이지만 시한부 선고로 삶의 의욕을 반쯤 접어버린 남동생 신페이(사카구치 켄지), 그리고 마음의 트라우마로 패닉 상태가 되면 히키코모리가 되는 여동생 마리코(우치다 유키) 등. 드라마는 두 형제 사이의 치아키, 그리고 나가쿠라 일가 속의 치아키를 통해 40대 여성의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특히 용기와 체념, 낙관과 자조가 적절히 어울린 치아키의 태도는 드라마의 활력이 된다.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에 마음을 주지 않는 신페이와의 하룻밤을 보내고 치아키는 “즐거웠으니까 됐다”고 읊조린다. 고민과 걱정으로 안색이 어두운 와헤이에게 그녀는 “그저 웃어 넘겨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에 상처가 된다”고 조언한다. 치아키의 말대로 “마음의 건강도 스스로 챙기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첫 회 12%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13%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주간지 <여성 세븐>은 “오버포(Over Forty, Around Thirty의 줄임 유행어 아라사에 빗댄 말) 드라마의 도래, TV가 흥미진진해졌다”고 썼다. 외로움과 고독. 이는 어쩌면 인생의 교훈일지 모른다. 또 한 번의 사랑을 전제하는 드라마 <마지막에서 두 번째 사랑>이 삶의 용기를 북돋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