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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Mar 31. 2017

지하철 SNS

지하철은 일종의 SNS가 아닐까

헛탕이 된 면접을 보고 오면서 버스가 아닌 지하철을 탔다. 이대역에서 한 번, 신도림에서 한 번, 부평역에서 한 번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운 길이다. 확실히 지하철은 지옥철이었다. 평일임에도 사람은 붐볐고(내가 그런 역을 택해야 했던 것도 있지만) 추운 날씨에 열차는 더 더디게 오는 것 같았다.


다리가 아팠다. 항상 있는 일이다. 계단은 많고 많아 가는 길이 고행이었다. 결국 엘레베이터를 타기로 했다. 노약자, 장애인 우선의 덩치 큰 엘레베이터다. 줄이 끝도 없다. 추운 날 왜 나오셨나 싶은 노인들이 엘레베이터를 타겠다고 기다리고 계셨다. 도저히 한 데 다 못탈 인원이다. 여기저기 고성이 오갔다. "좀 비키세요" "내리지도 못하게 하네"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이 뒤섞였고, 그 한복판에 내가 있었다.


지하철을 타다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환승을 많이 하면 더욱더 그렇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오가는 길과는 비교 할수 없을 정도의 인간 교류 장이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며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힘이 세다는 걸 알았고, 화장실은 아무리 불결해도 눈에 띄었을 때 해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며, 힘들더라도 엘레베이터보단 계단이 낫다는 거, 그래서 모든 지하철역의 모든 계단이 에스컬레이터로 바뀌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지하철에서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난방은 시내버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확실했고(자주 열고 닫히는 문은 NG였지만) 사람을 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조금 더 나아가 지하철은 일종의 SNS가 아닐까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키고, 말로 하지 않아도 오가는 시선이 있으며, 그 안에 분노도 기쁨도(아주 간혹이겠지만)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지하철을 꾸준히 이용할 맘은 없지만 굳이 그래야 할 떄가 된다면 기쁘게 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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