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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Dec 22. 2017

어느 감각의 시정

아홉 번째 앨범 '그녀의 시계(彼女の時計)’ 릴리스 하는 람프의 세계


한국에서의 네 번째 라이브가 열린 다음 날, 람프를 만났다. 하필 이럴 때 핸드폰이 고장 나 지도를 그려 그들을 만나러 나갔다. 소메야 타이요는 전날 늦은 저녁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기타를 일본에 보내는 일을 함께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도움이 되고 싶었다. 2006년 무렵 알게 되었고 전주 영화제에서 처음 만났으며 그렇게 내 곁에 함께했으니 10년이 훌쩍 지났다. 창 밖에 눈발이 날렸다. 챙기지 못한 우산이 생각났다. 가던 전차는 자꾸만 멈췄다. 성미 상 짜증이 났으면 벌써 났겠지만 해야할 일이 첩첩산중이라 그럴 겨를이 없었다. 녹음 용으로 들고나온 오래된 핸드폰은 와이파이를 잡지 못한다. 호텔에 '소메야 타이요'란 사람은 투숙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막막해졌다. 자꾸만 열리는 자동문이 성급한 마음을 두드린다. 호텔과 우체국, 여의도와 영등포, 그리고 커피숍. 시간이 묘햔 모형을 그린다. 손으로 그린 지도를 펴봤다.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만났다. 걸었다. 그들의 노랫말을 따라 표현하면 오고간 말들이 눅눅해진 커피 속으로 떨어졌다. 여의도도, 영등포도 아닌 어딘가에, 지금이 아닌 어느 즈음에서. 우리는 만났다. 그 시간의 기록이다.



Q 12월 17일 라이브는 2010년 8월 이후 7년만이었는데요. 어떠셨나요?

소메야 타이요(이하 소메야) 2010년의 일을 확실히 기억하지 못해서 그 7년만이라는 것이 감각적으로 어땠는지 구체적인 실감은 없어요. 멍한 기분이랄까요. 단, 이번에 우리가 그 때와 달라진 건 최근 1년 동안 라이브에 힘을 들이게 되었다는 거에요. 이번이 한국에서 갖는 네 번째 라이브인데 그런 의미에서 2006년의 두 번쨰와 2007년의 세 번째와는 꽤 달랐다고 생각해요. 우리들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그런 저희를 스테이지에서 보여 드릴 수 있어서 잘됐다고 생가해요. 

Q 무사시 대학(武蔵大学)과 중국에서의 라이브로 인해 라이브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는 글을 홈페이지에서 보았어요. 어떤 감각에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가요?

소메야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기본적으로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옛날부터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흥미도 별로 없었고요. 그런데 두 라이브를 계기로 라이브에 대한 기분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좀 더 하고 싶다는 기분이 되었어요. 그런 라이브였습니다.

나가이 유스케(이하 나가이) 저도 거의 같은 감각이에요. 그렇게 라이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성실하게 하지 않는 건 아닌데 본격적으로 ‘라이브를 잘하자’라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그저 CD를 내고 사람 앞에서 라이브를 한다는 정도의 의식이었죠. 그런데 작년 연말부터 일본을 돌며 투어를 했고 도쿄 큰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한 것에 이어 중국에서, 이 라이브가 저희의 어떤 지점에 이르렀다고 생각이 드는데, 지금까지의 저희들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곳에서 했어요. 그렇게 하면 단련이 되잖아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이렇게 하면 잘 된다’랄지를 알게되었어요. 라이브의 재미를 알게 됐고,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죠. ‘라이브를 하는 모드’가 되었달까요? 함께 하는 세션 자체도, 서포트 멤버도 좋은 상태고, 느낌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카키바라 카오리(이하 사카키바라)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 자체는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단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라이브를 하는 상태에서는 멀어졌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의 의식에서 우리 모두의 의식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Q 세 분 모두 비슷하게 이전보다 라이브를 좀 더 잘하자고 생각하게 된 것은 연말의 계속된 라이브의 덕인가요?

소메야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라이브를 하는 동기? 모티베이션이라고 하면 여러 군데에 있어요. 한 마디로 ‘이거다’라고 말할 순 없는데, 제 경우에는, 우리 셋 다 생각하는 게 달라서 어디까지 제 느낌으로 말하면, 저는 기타를 치고 노래는 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 맞추는 즐거움을 라이브를 할 때마다 강하게 느끼게 되었어요.




Q 이번 라이브에서 첫번째 곡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계절(木漏れ日の季節)’ 부터 울 것 같았어요. 곡 구성은 어떻게 했나요?

소메야 역시 라이브는 녹음,CD 만드는 것이랑 사고 방식이 달라요. 우리 라이브에서 사람들이 무얼 들으러 왔냐고 한다면 둘(사카키바라 카오리, 나가이 유스케)이 노래하는 것이에요. 그걸 가장 중시하는 것은 틀림이 없고 그 위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해요. 여기서는 흥을 좀 돋우자랄지, 여기서는 차분하게 나아가자랄지 그런 걸 정해요. 어제 같으면‘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추는 계절’이었는데, 거기선 밴드가 제대로 사운드를 들려주자는 마음이 있었고, 두 곡 메들리처럼 이어 가기도 했는데 그건 초반에 흥을 몰아가자는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말하면 좀 싼(Cheap) 표현일지 모르지만 지금부터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두근거림을 전하기 위해서요. 그런 것을 생각했어요.

Q 신곡이 세 곡 들어있었어요, 한국에서 처음 보여주신 거죠?

소메야 이번 주 수요일에 도쿄에서 라이브를 했어요. 그 때 신곡 중 두 곡을 처음으로 했고, 그게 이번 라이브에서 중간에 했던 곡(한 곡은 소메야 타이요 작곡, 다른 한곡은 나가이 유스케 작곡)이에요. 마지막 앵콜에서 한 신곡은 실은 꽤 전에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봄에 나오는 새 앨범에 수록돼요.

Q 개인적으로 조금 유감이었던 건 ‘8월의 시정(八月の詩情)’이 없었단 거에요. 앨범이 발매된 2010년 당시 저는 도쿄에 살았는데 미타카다이 역에서 집까지 람프의 노래를 들으며 걸었던 기억이 가득해요. 이번에 듣지 못해서 슬펐죠. ‘8월의 시정’은 멋대로의 생각이지만 람프 음악이 어떤 성과에 다다른 곡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곡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신다면요.

사카키바라 나가이 곡이에요.

나가이 저도 매우 좋아하는 곡이에요. 좋아한다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건 좀 그런데 실은 녹음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서 후회가 남은 곡이기도 해요. 100점은 아니지만 80점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그 곡은 목소리가, 코러스가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게 레코딩으로는 가능한데 라이브로 하려고 하면 노래하는 사람이 5~명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좀처럼 라이브로 재현하는 건 어려워요. 물론 한적은 있지만 하려고 하면 꽤 어려운 곡이에요. 

Q 다섯 번째 앨범이기도 한 ‘8월의 시정’에는 단 다섯 곡만이 들어있어요. 하지만 원래는 열 다섯 곡을 완성했다고 들었는데요. 나머지 곡들은 어떻게 했나요?

소메야 그건 ‘8월의 시정’ 다음에 ‘도쿄 유토피아 통신(東京ユートピア通信)이 있잖아요. 그 둘을 동시에 녹음 시작했어요. 그러던 도중에 2010년 5월 무렵에 제가 역에서 헤드폰으로 만들고 있던 노래를 듣고 있었어요. ‘8월의 시정’이었는데, 이 곡의 이름을 내세운, 앨범 속 메인 곡으로서 여름 노래만을 모은 것을 여름에 릴리즈하면 좋지 않을까 싶은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것이 앨범 ‘8월의 시정’이에요. 다른 남은 곡들은 ‘도쿄 유토피아 통신’에 들어있어요.



Q 작곡은 소메야 씨, 나가이 씨가 함께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앨범을 듣고 있으면 조금의 어긋남도, 부딪힘도 없이 잘 조화된다는 느낌이에요. 서로의 곡을 의식하면서 작업을 하기도 하나요?

소메야 나가이란 사람은 최근 앨범이 마지막이 될 때까지 어떤 곡을 만들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나가이 곡을 의식하면서 하지는 않아요. 나가이는 어때?

나가이 전혀 의식하지 않는 건 아니라 생각하는데, 이런 거 만들고 있으니까 이런 거 만들자는 방식은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뿐이죠. 단, 조화된다는 건 의식적으로 지향한 건 아니고 자연스레 그런 결과가 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서로 세계를 느끼는 감각이 닮아서가 아닐까요?

나가이 그건 분명 그렇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이 대체로 닮았어요.

Q 이제와서 이지만 2010년 결성했는데요, 당시 이야기를 좀 들려주신다면요?

소메야 원래 나가이랑 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에요. 한 학년 제가 위인데 서클 같은 곳에서 알게됐어요. 거기서 함께 음악 하게 되었죠. 대학 들어가서는 ‘이런 사람이랑 음악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을 찾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가이랑 둘이 하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고등학교 때 친구랑 오랜만에 만나서 물어봤죠.‘이런 음악 하려고 하는데 이런 음악 좋아하는 사람 알아?’라고요. 그랬더니 ‘한 사람 알아’라며 카오리 씨를 소개해줬어요. 근데 최근 알았는데 그 때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던 그 때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그보다 전에 카오리 씨랑 한 번 만났더라고요. 

카오리 음악 얘기 했던 것 같아.

소메야 아 그래? 문화대학(文化学院)?

카오리 가까운 곳. 서로 좋아하는 뮤지션이 같았던 걸 기억해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인데 소메야도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어요.

Q 사카키바라 씨가 느끼는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사카키바라 차이는 매우 많다고 생각해요. 들으면 모두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가이는 정말 나가이밖에 할 수 없는 거 만들어요. 비교적 여러 타입의 곡을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정말 변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어요. 좋아하는 것이 누구보다 일관되어 있다는 느낌이에요. 타이요의 음악은 뭔가 들을수록 좋아진달까요? 데모를 들을 때 딱 감이오는 경우는 적어요. 가사 작업을 하려고 해도 처음에는 감정을 잡지 못해요. 하지만 몇 번씩 계속 듣다보면 듣는 중 빠져들어요. 둘 다 좋아해요.

Q 두 분의 곡의 관계성을 설명해주는 것이 일곱번 째 앨범 ‘유메(ゆめ)의 첫 곡 ‘심포니(シンフォニー)와 마지막 곡 ‘사치코(さち子)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두 곡 모두 좋아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두 곡에 대한 이야기를 좀 여쭤보고 싶어요. 어떤 감각으로 작업을 하시나요? 어떤 감정이 시작인가요?

소메야 저의 ‘사치코’의 경우는 그 곡이 마지막이 될거라는 걸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가지를 모색하는 가운데 어느 시기에 딱 ‘그 형태’가 되었다는 느낌이에요. 정말 그 곡에 관해서는 기억나지 않아요. 다른 곡에 대해서는 ‘이렇게 만들었다’랄지,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과정이 기억나는데 이 곡은 왜인지 기억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렇게말하면 좀 멋부리는 건데 그저 우연히 완성됐다는 느낌이에요. 물론 우연이 전부는 아니지만요.

Q ‘심포니’에 관해서는요?

나가이 아까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사치코’ 데모를 처음 들었을 때 매우 좋다고 생각했어요. 소메야가 노래하는 데모였는데 그것만으로, 그런 적 별로 없는데, 처음부터 이건 좋은 곡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조금 영감받은 부분이 있어요. 새로운 앨범을 만들 때면 아이디어의 단편같은 게 있어요. 그 안에서 제가 할수 있는, 그 당시 가능한 전부, 전력으로 대단한 것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시작해요.‘사치코’는 문득 완성됐다고 하는데 ‘심포니’에 관해서는, 저 그림 잘 못그리는데, 그림으로 말하면 매우 치밀하게, 채워나가며 그린 듯한 그림이에요. 그런 느낌의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애써서 만든 곡이죠. 제가 원하는 형태, 만족하는 결과가 됐냐고 한다면 되지 않은부분도 꽤 있는데 기합이랄지,‘대단한 거 만들자’는 기분은 꽤나 컸어요. 




Q 람프의 음악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궁금해요. 어떤 것이 시작인가요?

소메야 역시 감각이라기 보다는 작업할 때 중요한 건 동기인데, 그걸로 말하면 역시 좋은 음악이에요. 저의 경우엔 70,80년대 브라질 음악을 좋아해요. 그런 거 듣고 있으면 나도 그런 음악에 가까워질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어져요.‘듣고 있는 곡보다 좀 더 좋은 걸 만들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게 동기가 되어요.

나가이 저도 역시 평소에 듣는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요. 예를 들면 음악을 들었을 때 ‘와 좋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럼 ‘지금 왜 이런 기분이 되었을까?’, ‘이런 부분은 어떻게 된 것일까’ 생각하고 카피해보고 싶어져요. 거기서부터 부풀려가는 식이죠. 아니면 그저 피아노나 기타를 치고 있다가 뭔가 좋은 느낌이 들면 그걸 부풀리기도 해요.

Q 람프의 음악에 있어 가사 역시 중요하다고 느껴요. 사키카바라 씨는 가사를 쓴다(歌詞を書く)고 하지 않고 시를 붙인다(詩を付ける)고 하시던데요. 람프 음악에서 가사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사카키바라 둘은 곡이 매우 중요하니까 가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자주 말하는데, 그 마음은 매우 잘 알아요. 그래도 예를 들어 좋은 곡이 있는데 거기에 맞는 좋은 가사가 없다면 안되잖아요. 곡에 맞는 가사를 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둘이 쓰는 가사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어요. 아마도 감각이 닮아서, 그런 이야기 서로 하지않는데,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Q 가사를 떠올릴 때 어떤 감정, 감각인가요?

사카키바라 소설을 매우 좋아하고 시도 좋아해요. 오래된 것을 좋아해서 전화도 누르는 버튼이 아니고 돌리는 다이얼이라고 쓰고요.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자주 써요. 비처럼 좋아하는 것만 쓰고 있는 것 같아요.

Q 앨범 만들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소메야 정말로 ‘앨범 만들자’라는 말 이외에 별로 말을 안해요. 이런 찻집에 앉아서 ‘이런 앨범 하지 않을래?’, ‘몇 곡 짜리로 할까?’ 혹은 ‘곡의 느낌이나 소리의 느낌을 어떻게 할까’ 같은 것, 그리고 ‘최근 이런 거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해요. 각각 따로 작업하기 때문에 이 외의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아요.

Q 형태만 말하고 시작하는 거군요.

소메야 정말로 음악의 방향성? 만 말해요.

Q 그것이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느낌이랄까요, 서로 통해서, 각각의 세계가 조화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매우 신기하기도 하고요. 제 멋대로의 생각인데, 람프의 노래는 세 가지라 생각해요. 하나는 ‘람프의 노래에는 비가 온다’, 둘째는 히라가나로 쓴 유메(ゆめ), 셋째는 멜랑콜리에요. 하지만 멜랑콜리라 해도 단순히 우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어딘가 다른 세계, 잃어버린 감각, 숨겨진 시간 같은 걸 느끼게 하는 멜랑콜리에요. 비도 여기가 아닌 어딘가, 지금이 아닌 언젠가를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의 비에요. 그리고 람프의 유메(람프의 여덟 번째 앨범 ‘꿈’은 ‘유메’를 한자인 夢로 쓰지 않고 히라가나인 ゆめ로 썼다)는 한자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버리면 람프의 세계를 딱딱하게하기 때문에 반듯이 람프의 꿈은 ゆめ여야 해요. 그래서 그것이 제게는 아직 여기가 아닌 어딘가가 있을 수 있다는 설레임을 느끼게 해요. 이런 감정, 감각이 어떻게 음악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가 정말로 신기해요. 그것은 가사가 만드는 부분도 있고, 멜로디가 만드는 부분도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메야 그건 아마 느끼시는 걸 말로 표현하는 건 힘이 드는 것 같아요. 느끼시는 것에 가까운 것을 우리가 느끼고 있고 하고 있을 뿐이에요. 방법론으로서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랄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느낌, 음악, 가사 등을 쌓아나간 결과 그런 것이 되었다는 느낌이에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나요’라고 물으면 그 대답은 저희도 갖고 있지 않아요.

나가이 지금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를 알아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희들도 비슷한 감각이에요.‘여기가 아닌 어딘가’라고 하면 과거의 노스탤지아랄지 멜랑콜리, 그런 분위기 같은 걸 저희도 갖고 있어요. 음악 들을 때, 만들 때 그런 기분이 들어요.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를 듣고 매우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Q 저의 경우에는 같이 이런 세계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용기를 받았어요. 네 번째 앨범 ‘잔광(残光)’ 무렵부터 보사노바나 다른 장르랄지, 카테고리로부터 자유롭게 멀어져 람프의 색이 좀더 진해졌다는 느낌을 받아요. 결성하고 17년이 지났는데요 변화했다고 생각하나요?

소메야 역시 변화했다고 생각해요. 계속 똑같은 걸 할 수 없고 좋아하는 것도 변화고 저희로서는 앨범을 내는 것으로 무언가의 진보로 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진보라기보다는 변화라고 생각하는데, 진보라고 하면 좀 힘들어지잖아요. 변해가고 있어요. 처음보다, 그리고 지금부터도 변해가겠죠?
Q 악기의 수도 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소메야 ‘꿈’까지 들으셨다고 생각하는데 초기는 ‘꿈’이나 ‘도쿄 유토피아 통신’에 비하면 심플하죠. 그 때는 무얼 하면 좋을지 몰랐기도 했어요.이번 봄에 나오는 앨범은 우리의 초기 느낌은 아닌데 악기 수로 말하면 ‘꿈’이나 ‘도쿄 유토피아 통신’보다는 심플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Q 라이브에서 4월에 새 앨범 ‘그녀의 시계(彼女の時計)’가 나온다고 하셨어요. 그 앨범의 시작은 어떤 것인가요?

소메야 ‘꿈’ 작업을 하던 때도 조금 만들긴 했는데 ‘꿈’ 이후 곡을 만들기 시작했고 ‘꿈’을 내고 레이블 폴리스타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우리들이 릴리스 용으로 어떤 앨범을 낼까 여러가지 생각을 했고, 안되기도 했고, 바뀌기도 했어요. 그러다 발라드 곡을 모은 4~6꼭 정도 수록된 발라드집 같은 앨범을 만들자는 얘기가 되었어요. 4곡이던 것이 6곡이되고 8곡까지 늘었어요. 비교적 전체적으로 매우 느긋한 느낌의 앨범이에요. 타입은 전혀 다른데 ‘람프 환상(ランプ幻想)’같은, 그런 느낌의 느긋한 앨범이에요. 소리는 전혀 달라요. 

Q 앨범 타이틀을 ‘그녀의 시계’로 정했는데요. 곡명인가요?

소메야 아니에요. 앨범 타이틀 만들 때 언제나 그런데 제가 생각해요. 그냥 딱 떠오르는 거, 그걸로 하자고 정할 뿐이에요. 거기에 이유가 있을 때도 있는데, 정말 그저 딱 떠오르는 걸 정해요. 

사카키바라 제목을 본 사람이 뭔지는 모르지만 상상하게 되잖아요.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소메야 그래요. 제목을 들은 사람이 거기서부터 작은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도 있고 감각을 부풀려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런 자극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녀의 시계’가 ‘시계가 이렇다 저렇다’의 현실적인 얘기는 전혀 아니에요.




Q 소리를 겹쳐가는 게 람프의 방식이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원래부터 그 방식으로 곡 작업을 하셨나요?

소메야 겹치기 전보다 겹친 후 좋아졌다면 소리를 겹치겠죠. 만약에 소리를 뻈더니 소리가 좋아졌다면 소리를 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들은 소리를 겹치면서 좋아졌기 때문에, 레코딩에 관해 말하자면, 소리를 겹쳐나가면서 음악을 만들어왔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조금 시프트(변화) 해서 심플해졌달까, 겹치는 횟수가줄었다고 생각해요. 

Q ‘꿈’으로 메이져 데뷔를 했어요. 변한 게 있나요?

소메야 별로 그런 감각은 없어요. 앨범을 발매한 회사는 다른데 만드는 방식은 처음부터 ‘꿈’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우리들이 만들고 우리들이 판단한 앨범이라 기분적인 변화는 전혀 없어요. 이번 앨범은 폴리스타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보태니컬 하우스(BotanicalHouse)’라는 레이블에서 해요.

사카키바라 변한 건 전혀 없고 메이져라 해도 폴리스타는 매우 작은 회사에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거의 변한 거 없어요. 

Q 그렇게 생각했어요. 람프에게 있어 메이저 따위 별 의미 없을 거라고요. 나가이 씨는 어느 인터뷰에서 람프는 ‘아무리 의미를 파보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초라한(しょぼい) 밴드’라고 했어요. 어떤 의미에서인가요?

나가이 다른 뮤지션들은 뭐랄까 자기 분석이 매우 잘 되어있고 그걸 상대에게 알기 쉽게 잘 전해요. 그런 사람들은 아마 음악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논리적으로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고 알고 있고, 이해하고 만드니까 비교적 사람에게 설명할 때도 논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들은 비교적, 전혀 논리가 없는 건 아닌데, 감각을쌓아나가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음악이 만들어지나요?’라고 질문을 들어도 ‘모르겠는데요’ 같은 인터뷰가 되어버려요. 그러니까 인터뷰를 해도 재미있는 거 거의 말하지 못하고 아무리 질문을 받아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초라한 밴드라고 말했어요.
Q 그건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가이 저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뮤지션은 모두 머리가 좋고 논리적으로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를 아는 사람들인데, 우리들은 비교적 그 쪽이 약해요.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기분으로 한달까요. 정말로 그 정도 둥실둥실(ふわふわ)한 거에요. 설명하는 것이 좀처럼 어려워요.

사카키바라 세 명의 감각이 너무 닯아서 별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Q 서로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소메야 저는 요 몇 년 브라질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로 보루제스(Lo Borges), 토니뇨 올타(Toninho Horta), 말하자면 미나스 뮤직이라 말하는 음악을 좋아해요. 미나스 제라이스(Minas Gerais, 브라질 내륙에 위치한 주)에서 나오는 70년대가 중심인 음악인데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들었을 때는 별로였는데 어느날 들었더니 돌연 뭔가 좋다고 느껴졌어요. 그 때까지는 이반 린스(Ivan Linse)나 쟈방(Djavan) 같은 브라질 팝이 좋았는데 미나스 음악 듣다 보니 좀 더 그 쪽이 점점 좋아져요. 

사카키바라 타이요가 언제나 여러 음악을 알려줘요. 미나스 음악도 10년 정도 좋아하고 있어요. 특히 최근 둘(소메야 타이요와 나가이 유스케)의 곡은 거기(미나스 음악)에 영향받고 있고, 그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연대적으로 60, 70년대의 것들은 가사만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그 시대의 반짝반짝이는 사운드, 예전엔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들도 좋아져요.

나가이 저는 원래 비틀즈를 매우 좋아했어요. 60년대 음악도 자주 들었고 비치 보이즈도 많이 좋아해서 ‘8월의 시정’은 비치 보이즈같다고들 하는데 저 나름대로는 하고 싶은 걸 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소메야는 브라질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고 보사노바에도 빠져있는데 저는 역시 보사노바는 와 닿지 않는달까, 모자라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브라질 음악을 ‘제대로 듣자’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토니 니뇰타를 비롯 미나스 음악을 들으니 저에게도 매우 와 닿는 게 있어서 나와 링크된 부분, 아까 말씀하신 멜랑꼴리나 노스탤지아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최근의 곡들은 거기서 영향받은 부분이 꽤 있어요. 그리고 처음엔 60,70년대 음악들을 들었는데 지금은 80년대 브라질 음악의 반짝이는, 악기로 말하면 신시사이저같은, 예전같으면 정말 싫다고 했던 소리들을, 오히려 애절한 느낌이 많이 들어 좋다고 생각해요. 마이클 프랭스(MichaelFranks)를 예로 들면 예전에는 70년대 명반이라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80년대의, 옛날이라면 절대 싫다고 했던 것들을 듣고있어요.

Q ‘유메’ 앨범의 ‘심포니’ 초반 부분에 신시사이저를 사용했네요. 그렇다면 내년 4월에 발매될 앨범에도 변화가 있나요?

사카키바라 다음 앨범은 좀 더 달라질 거에요.

나가이 반짝반짝이는, 조금은 촌스러운 느낌이 되었다고 생각해요.(웃음)




Q 람프에게는 프로모션 비디오 PV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8mm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옛날 느낌이 들어 기분이 매우 편안해요. 일면 신기한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도 들고요. 누가 찍는 건가요?

소메야 그건 거의 다 제 고등학교 후배인 와키타라는 사람이 정말로 8mm 카메라로 찍었어요. 그가 8mm 카메라를 갖고 있었고 저도 관심이 있어서 적당히 찍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정말로 적당히 찍어줬어요.(웃음) 정말 대충이에요. 그래도 그걸로 유튜브에서 재생 횟수 세는 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추억이나 기록의 연장선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기회랄까요? 영상이 붙어있으면 보기 쉽잖아요. 듣기도 쉽고. 다른 PV와는 사고방식이 다르겠지만 그런 정도로 좋지 않을까 싶어요.8mm는 현상도 비싸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래도 인생에 한 번 있는 것이니까 돈 써서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Q 하지만 음악을 좀 더 생생히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소메야 그렇네요. 처음에는 정말 ‘이거 뭐야’라고 했어요. 뮤직 비디오 평도 좋지 않았고. 그런데 계속하니 뭔가 람프는 그런 뮤직 비디오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있어요. 잘했다고 생각해요.

Q 나가이 씨는 서울의 거리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요. 이번에 좀 돌아보셨는지요?

나가이 이번에는 전혀 가지 못했어요. 정말 호텔에 도착해서 호텔 주변 다닌 정도. 전에는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소메야 남대문.

나가이 거기 갔었고 한국 스탶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들만 걸어서 잘 모르는 음식점 들어가 먹거나 그랬어요. 꽤 낡은 것들이 좋아서 한국의 낡은 느낌이 남아있는 곳을 걸었어요. 매우 즐거웠어요.

사카키바라 삼청동.

소메야 그렇게 이름 있는 곳에 가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관광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저 우연히 들어가 만약 거기서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정도에요. 

Q 나가이 씨는 사진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앨범 재킷을 직접 찍은 것인가요?

나가이 아니에요. 조금 전 얘기한 와키타라는, 제 선배인데, 기본적으로 그가 찍어요. ‘8월의 시정’의 재킷은 제가 찍었어요. 일본의 이즈(伊豆) 아세요? 그곳에 이토(伊東)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해변이에요.

소메야 시보다(下田)였어.

Q 한국의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정바비 씨가 한 글에서 람프는 ‘빛 바래질 가능성이 없다. 원래 빛바래 있기 때문이다’라는 나가이 씨의 말을 인용했어요. 저는 그 원래 빛 바래진 느낌이 람프의 멜랑꼴리라 생각했해요. 어떤 의미인가요?

나가이 그건 좀 멋 부려서 농담 반 말한 거에요. 완전 거짓말은 아니고 아까도 이야기했는데 저희는 밝은 미래에 대해, 지금, 나우(Now)를 노래하는 밴드가 아니고 스쳐 지나간 것, 없어진 것에 대한 감정 같은 것이 강한 노래를 해요.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고요. 그러니 현대성, 동시대성이 없달까요? 현대를 의식하며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원래 시대를 의식하고 만들지 않기 때문에 어느 시대에 들어도 같은 인상이 든달까 뭐 그런 의미에서 빛 바랬다고 말했어요.

photo_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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