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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월 32일

어느 꼭두서니의 눈물

'茜色' 찾아보니 꼭두서니 빛이라고 한다. 꼭두서니. 잡초의 일종.

by MONORESQUE

https://youtu.be/w8XHvkJ6Neo

겨우 일어났다. 꿈을 많이 꾼다. 자주 땀이 흘러 옷을 갈아입기 십상이고 무언가를 자주 잃어버린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는 시간은 이미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기상 시간이 나날이 늦어진다. 일어났다 다시 눕고 밥을 먹다 담배를 피는 날들이 이어진다. 가려던 길은 사라졌고 분실한 물건을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꿈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누워서 생각이란 걸 하려 하면 절망의 감정만이 생생히 떠오른다. 혼자인 건 괜찮다. 아무렇지 않다.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로도 있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것 같다는 느낌이 밀려왔다. 모든 게 나의 탓이었고, 모든 게 나의 잘못에서 비롯됐으며, 모든 게 나로 인한 아픔이었다. 그렇게 무너졌다. 스다 마사키가 마음을 빼앗겨, 노래를 하게 된 곡 후지퍼블릭(フジファブリック)의 '아카네이로의 저녁놀(茜色の夕日)'이란 노래를 들으며 혼자가 아니란 사실에 다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와 비슷한 아픔의 시간이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도 흐른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도쿄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것 조차 없어'라 소리치는 야마우치의 목소리를 스다 마사키의 노래를 통해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코를 풀었다. 여전히 죽고 싶다. 누군가는 그런 편한 선택은 좋지 않다 말했지만 결코 편하지 않은 것 같아 더욱 괴롭다. 하지만 그저 눈물을 흘리던 내게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노래가 그저 다가왔다. '아카네이로(茜色).' 찾아보니 꼭두서니 빛이라고 한다. 꼭두서니. 잡초의 일종. 그렇게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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