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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Mar 05. 2018

1+1=3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あなたから私へと、私は誰かへと、思いを繋ぐために


2017년 NHK '홍백 가합전'에 등장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나미야 잡화점

1980년과 2012년, 그리고 8년 후와 어느 오래 전 여름. 공간으로 기억되는 시간이 있다. 현실을 이탈한 이러한 시간은 마음으로 이어져 시간 너머의 시간이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그대로 가져온 히로키 류이치의 동명 영화 이야기다. 기적이란 말에서 느껴지듯 영화는 다분히 동화적 느낌을 갖는다. 동네 사람들의 고민을 접수받아 답장을 한다는 설정은 지극히 착하기만 하고 그 따뜻한 미담이 시간을 넘어 이어지고 맺어진다는 이야기는 어딘가 바보처럼 느껴지는 순진함이다. 하지만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우리를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어느 진심과 마주하게 한다. 서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실은 이어져있고, 그렇기에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은 내일을, 희망을, 미래을, 그러니까 기적을 펼쳐낼 수 있는 무기가 된다고 말한다. 극중 마츠오카(하야시 켄토)가 시설에서 자란 세리(카도와키 무키)에게 남긴 노래의 제목은 'Reborn'이고, 은혜를 갚기 위해 스나쿠에서 일하며 고민하던 여자의 삶을 일으킨 건 역시 시설에서 자란 남자 세 명의 답장이다. '마루코엔'이란 고아원과 '나미야 잡화점'이란 가게, 그리고 'Reborn'이란 노래. 영화는 시간이 아닌 공간, 시간을 초월하는 음악의 힘을 빌어 기적을 만들어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영화의 무대가 된 나미야 잡화점 세트는 지난 해 NHK '홍백가합전' 오프닝 영상에 등장했다. 한해를 정리하는 일본에서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영화의 설정은 무엇보다 송년에 어울리는 무대임에 틀림없다. '초영화비평(超映画批評)'은 '눈물 애걸하는 드라마'라고 힐난하기도 했지만 영화는 무엇보다 10억 엔 가까운 수입을 기록했고, 인터넷 상에는 '희망이란 이름의 여운을 남긴다', '인생을 응원하는 노래'라는 눈물의 감상평이 줄을 잇는다. 물론 '쇼와의 레트로한 감동 포르노'란 비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영화는 꽤나 작위적이고, 많이 무모하며, 애초부터 모든 게 눈물을 위해 준비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히로키 류이치는 마치 이 모든 걸 개의치 않기라도 한 듯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진심을 파고든다.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에의 마음, 이미 끝나버린 인연, 상처로 얼룩진 시간을 어쩌면 돌이킬 수 있다고 얘기한다. 과거를 현실 곁에 데려다 놓으며, 그렇게 미래와 마주하며, 그러니까 시간을 흐트러뜨리며 영화는 기적에 다가간다. 세리의 동생을 구하다 세상을 뜬 마츠오카의 노래를 세리가 부를 때, 마지막임을 예감하며 백지에 답한 잡화점 주인의 편지가 낭송될 때, 시간은 우리의 마음으로 흐른다.

야마시타 타로가 쓰고 부른 주제가 'Reborn'은 영화의 거의 모든 걸 얘기한다. 아이를 구하다 목숨을 잃은 뮤지션 마츠오카의 유작이란 설정 자체가 이미 애절하고 가냘프다. 노래는, 영화는,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고, 떠나갔지만 간직할 수 있는 마음을 얘기한다. 애초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거기에 누군가의 마음이 더해진다는 거 자체가 기적이다. '당신으로부터 나에게, 나는 또 누구에게, 마음을 잇기위해(あなたから私へと、私は誰かへと、思いを繋ぐために).' 야마시타 타로의 이 노랫말이 응축하는 진심이 영화의 테마에 다름없다. 물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무리한 부분이 있다. 소설이야 말로 구현하는 범위가 무한하지만 아무래도 영상이 소화할 수 있는 판타지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그 모든 판타지 기저에 흐르는 삶의 진심을 담아낸다. 타임슬립이란 설정은, 시간이 뒤섞인 픽션은 어쩌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나를 스쳐가는 누군가의 마음은 용기가 되고, 누군가를 향해 나아가는 마음은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현실 너머의 시간을 영화는 보여준다. 은혜를 갚는다(恩返し)는 마음, 잊지 않겠다는 마음, '나미야 잡화점'에 모인 마음이고, 기적을 품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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