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은 그렇게 폭력적인 게 아니다.
김생민의 성추문 뉴스 때문에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가 송은이와 김숙의 팟캐스트에서 영수증 코너를 할 때부터 그의 조언은 다분히 폭력적이었다. 타인의 취향, 시간, 방식, 스타일을 존중하지 않는 그의 말들은 조금의 설레임도, 두근거림도, 작은 실패도, 지금의 기대와 기쁨도 용납하지 않는다. 오직 효율로만 사고되는 그의 절약 스타일은 타인에 대한 침범이고 그런 폭력이다. 가끔은 바보같은 소비도 필요하고, 때로는 '아차'싶은 실수도 필요하다. 세상은 그렇게 굴러간다. 하지만 김생민은 노동은 '그뤠잇', 소비는 '스튜핏'이라 외치며 꽤나 팍팍한 시간을 얘기한다. 물론 텀블러를 잊고 나와 다시 구매하고, 동방신기의 공연을 수 차례나 반복해서 보는 건 어쩌면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어리석어서 무슨 큰 일이 벌어지는나. 텀블러를 사며 환경을 보호하고, 좋아하는 가수를 바라보며 마음껏 기뻐하고 싶는 마음은 비록 어리석어도 분명 아름답다. 조금 무리해 월4회 캠핑을 하는 삶에는 그만큼의 폭넓은 시간이 흐르고, 피규어를 '존' 별로 나누어 모으는 삶에는 그만큼의 흥분이 흘러간다. 홍콩에서 한 눈에 반해 사들고 왔지만 전원 장치가 빠져있어 꽤나 과격한 조명이 되어버린 김숙의 어린왕자 조명도 홍콩에서의 설레임과 흥분, 그리고 내일을 향한 기대가 담긴 빛을 뿜어낸다. 김생민의 절약은 삶의 사소하고 작은 기쁨들을 부정한다. 절약은 그렇게 폭력적인 게 아니다.
며칠 전 만우절, 아사노 타다노부에게 속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잠시 배우를 멈추고 동경대에 들어가 법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썼다. 밤이 다 되어서야 거짓말이란 걸 알았지만 이 다소 바보같고 장난스런 말들이 싫지 않았다. 그는 거짓말 트윗에 이어 아마도 자신이 그린 듯한 그림을, 아무런 말 없이 올렸다. 옅은 브라운 톤의 배경으로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의자를 건네주고 있었다. 비슷한 날 트위터에 올라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제목은 '만비끼 가족(万引き家族)'이다. 한국말로 옮기면 절도 가족, 도둑 가족 정도일테지만 일본어 제목에선 왜인지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의 다소 나쁘지만 여린 면이 느껴진다. 삶은 만우절같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완벽하게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누구도 실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수와 실패는 평가와 '엄벌'의 대상이 아니다. 소비를 현명하게 할 필요는 있겠지만 절약이 삶을 잠식해선 안된다. 김생민은 절약으로 돈은 많이 모았겠지만 그의 취향과 삶의 반경은 꽤나 빈약하다. 그가 가장 비싼 요리라며 말한 건 감바스였다. 물론 김생민의 영수증은 소비를 줄여야 하는 시간에서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얘기하는 삶에선 진정 잃지 말아야 하는, 잊어선 안되는 작고 소중한 어리석음이 보이지 않는다. 소비는 결코 수튜핏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