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가 아닌 복숭아꽃, 시간이 쌓여 피는 꽃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밤 새벽의 이야기. 스다 마사키의 라디오 '올 나이트 니뽄'에 나와 영화 선전은 안하고 자신이 빠져있는 게임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고 돌아간 마츠자카 토오리. 그게 계기가 돼 '올 나이트 니뽄 골드'라는 금요일의 라디오를 맡았지만, 안쓰럽고 안타까워 차마 끝까지는 들을 수 없었던 그의 라디오. 그만큼 초라하고 외로웠던 외톨이 마츠자카 토오리. 하지만 누군가 편집해 놓은 라디오 클립을 듣고, 그가 출연했다는 '정열대륙'을 보고, 나는 마츠자카 토오리를 더욱더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마츠자카 토오리의 토오리는 桃李고, 이건 남자에게 잘 쓰지 않는 이름이고, 그런 이유로 그는 어릴 적 이지메를 당했지만, 桃(복숭아)를 '모모'라 읽지않고 '토오'라 읽는 이름 속엔 '은은한 향으로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들게 한다는 복숭아 꽃길의 운명같은 애절함이 숨어있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 나는 왜인지 뒤로 물러나있는 웅크린 우울같은 느낌을 그에게서 보았고, 그는 지난 해 여러 개의 상을 거머쥐었지만, '거머쥐다'는 표현은 애초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눈물을 감추고 아빠와 전화하며 이름의 이유를 묻는 그에게서, 본 적도 없는 복숭아 꽃을 닮은 듯 들려오는 그의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랜 시간, 시간이 쌓여 피는 꽃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쿠라가 아닌 복숭아 꽃. 올해로 마츠자카 토오리는 서른. 데뷔 10년. 부끄러워 숨겨왔던 팟캐스트 페이지를 열고, 며칠 전 녹음했던 영화 '일일시호일'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적는 글. 세상엔 읽지 않고 보아야 하는 제목의 영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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