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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an 31. 2019

도쿄란 이름의 그라데이션

어느 한 장면도 홀로 두지 않는 영화, 도시의 온도


이시이 유야 감독의 영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를 세 번째 보았다. 사이하테 타히의 시집 '밤 하늘은 항상 가장 최고 밀도의 파랑이다(夜空はいつでも最高密度の青色だ)'를 스크린에 옮겨온 이 영화는 길고 긴 제목만큼 보통의 영화 밖에 있고, 제목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도 명확하게 들어오는 그림이 없다. 그저 뿌연 우울, 뿌연 희망, 뿌연 용기 같은 게 말과 말 사이를 배회한다. 이미 이 영화에 대해서는 길게 한 번의 글을 썼고, 극중 신지를 연기한 이케마츠 소스케에 관해서도 두 번, 2년만에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의 소식을 듣고는 지난 가을 부산에서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짧은 단상도 몇 번 적었다. 사이하테 타히는 지금 일본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시인이고, 그녀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쇼핑몰 루미네(ルミネ) 계단에, 다가오는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하며 백화점 타카지마야(高島屋) 공식 홈페이지에 시를 썼다. 도시에 써내려가는 시, 도시를 물들이는 시. 일본에선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을, 크리스마스와 외톨이(ぼっち)를 합쳐 쿠리봇찌라 부르고 그녀의 시는 도시의 외로움을 가장 닮아있다. 나는 영화를 본 뒤 시집을 읽었고, 시집을 읽고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영화엔 시의 화자 곁에, 시집에 등장하지 않는 남자 신지(이케마츠 소스케)가 나온다. 가장 짙은 밀도로 빛나는 밤의 파란 빛. 그건 도시의 그라데이션이다.

’도시를 좋아하게 된 순간, 자살한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외로움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대부분 미카(이시바시 시즈카)의 나레이션으로 흘러가지만, 영화를 물들이는 건 그녀의 우울만은 아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시가 가진 폐소감, 외로움, 회의와 냉소를 도시의 무드 속 너와 나, 나와 너, 타인과 타인의 시간으로 채색한다. 신지와 함께 일하는 이와시타(타나카 테츠시)가 뱉어내는 찌든 삶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는 미카와 신지의 우울만큼 아팠다. 영화는 어느 한 장면도 홀로 두지 않는다. 영화 초반 일장기를 펄럭이며, 알 수 없는 뱃고동 소리를 울려대며, 담배불에서 도심의 야경을 뿡어내며 그라데이션의 도시를 그려낸다. 전기세 3400엔, 핸드폰비 8000엔, 수도세 1800엔...신지의 시간은 그렇게 현실을 살고있고, 다소 생뚱맞게 등장하는 노상 라이브의 '힘내'라는 노랫말은 신지와 미카에게도 향해있다.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어 한 쪽 밖에 볼 수 없는 신지는 그저 불우한 현실의 외톨이이지만, 미카를 만나 한 쪽이나 볼 수 있는 시 속의 외톨이가 된다. '도시를 좋아하게 된 순간, 자살한 거나 마찬가지다.' 시와 영화가 모두 문을 여는 이 문장은 '사랑했었다'와 '아직, 사랑해'란 시간을 만나고, 미카와 신지가 계단을 올랐다 내려가며 희망을 주워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쓰는 도시의 시와 같다. 검정을 잃은 시대에서 희망을 길어낸 건 눈을 반쯤 감고 바라본 밤의 하늘, 나는 이 영화가, 이 시가 왜인지 현실보다 더 현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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