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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Apr 09. 2017

그러나 아름다운

지금 막 말해진 것과 이제 막 말해지려는 순간 너머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을 다시 읽었다. 듀크와 해리의 공연 여행을 씨줄로 흑인 음악의 역사와 사정을 둘둘 엮은 이 책은 그야말로 한 편의 역사책이자 소설이었다. 제프 다이어는 책 후기에서 "재즈에 관한 글들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여왔고 사실 관계를 전달하는 것을 제외하면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재즈라는 음악에 대해 의미있는 점들을 전달하는데 실패했다"고 썼는데, 그래서 그는 이를 소설로서 해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제프의 눈에 비친 뮤지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한 사실의 나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묘사는 아니다. 제프는 사진이 찍히기 전과 후의 순간을 담아내는 것처럼 지금 막 말해진 것과 이제 막 말해지려는 순간 너머를, 인물의 삶의 앞과 뒷모습을 모두 다 들여다본다. 빌리 홀레디에, 마리아 칼라스, 셀러니어스 몽크, 찰스 밍거스, 시내트라, 콜맨 호킨스등 흑인 음악의 전설을 훑으며 그들의 역사가 가진 떨림, 그리고 음악의 역사가 남기는 잔음을 글로써 기록한다.


  

책에는 무수히 훌륭한 표현이 꽉 들어차있다. 그 표현이 사실 내 감각과 감성으로는 소화하기에 꽤나 벅찼는데 몇 가지 소화하자면 아래와 같다. '수화기는 마치 뱀처럼 그의 말을 낼름낼름 받아 삼켰다'라는 말이나 '서 있는 자동차들 위로 흰 눈이 담요처럼 덮이고 있었다'와 같은 문장은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표현이었으며, '굶주린 바람이 그의 담배 연기를 채어갔다'와 같은 표현은 문장이 읽는 이를 휘덮는 것 같은 기분을 줬다. 한 사내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존재를 통해 뮤지션들의 삶을 서술한 그의 이 책은  비로서 한 편의 탄탄한 시로 완성됐다. 난해하지 않지만 난해하게 느껴지는 문장, 수 겹의 의미와 감각을 품고 있는 글속에서 음악으로 느낄 수 없는 음악 이상의 것을 느꼈다. 

제프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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