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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Apr 09. 2017

한세주의 싸가지없음에 대하여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일 순 있게지만 인간은 아니다.

반말을 한다. 고개를 45도 각도로 치켜들고 바라본다. 양손은 주머니에 찔러넣지 않으면 허리를 짚고,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능구렁이 짓을 한다. 이번 주 금요일 시작한 <시카고 타자기>는 유아인이 연기하는 한세주가 주인공인 드라마다. 드라마는 현실에선 1도 없을 것 같은 설정으로 시작하는데 그 모양새가 거의 만화다. 호텔 스위트 룸 능가하는 주인공의 저택부터 정원에서 사육되는 사슴들, 뉴욕과 런던, 파리 등을 돌며 사인회를 한다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등장과 역시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까지. 이러한 설정들은 이야기를 현실에서 이만큼 떨어뜨려 놓는다. 그만큼 이입도 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시카고 타자기>에서 (아직 2회까지밖에 방영이 안됐지만) 이야기는 한세주에 의한, 한세주를 위한, 한세주의 것이다. 사건의 전개, 방식, 분위기 모두가 한세주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여기에 유아인이라는 피사체가 있다. 그는 노트북 하나로 세상을 지배하는 허상의 캐릭터를 기갈스러움 듬뿍 얹어 연기한다. 게다가 건방지며 오만방자한 추임새가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오래전 <론치 마이 라이프>에서 보여준 까탈스러움 역시 이 드라마에서 유효하다. 그는 "벽에 부딪힐 일도 없고 누구에게 도움 구할 일도 없다"고 말할만큼 자만심이 넘쳐나고, 일이 안 풀려 히스테리를 부리는 대목에선 어느 여배우 못지않게 신경질적이다. 반말과 위압적인 시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태도. 한세주, 백번 양보해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일 순 있게지만 인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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