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아 너 없이 어떻게 사니? 그런 세계가 어디에 있니?
왠일로 셋이 다 함께 아침을 먹은 오늘 곰돌이는 내 침대에서 잔다. 요즘 곰돌을 보면 마음이 아린데, 미용을 마치고 온 날부터 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항상 곧추 올라가있던 꼬리가 내려와 있는 날이 늘고, 자꾸 사람 보고 앓기도 한다. 혹시나 미용 할 때 폭력을 당했나 생각해봤지만, 어릴 때부터 다니던 동물병원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뭐가 불안한지 알 수가 없으니 내가 다 불안하다.
더불어 곰돌은 요즘 부쩍 나를 올려다본다. 안아달라고 다리 올려 애원해 안아주면 거의 5초 간격으로 위를 올려다본다. 그 모습이 예쁘지만 애처로워 마음이 아파온다. 강아지란 존재는 대체 어느 세계에서 와 이렇게나 사람 마음을 뒤흔드나. 함께 놀아 즐겁지만 여운이 씁쓸함을 남기고,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달콤했던 마음은 점점 서늘해지는 것 같다. 아직은 그게 너무나 이상해, 여기에 있으면 안될 기분같아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기에 무섭기도 하다.
치킨을 먹다 흘린 닭 조각을 주어먹어 우릴 놀라게했고, 조각을 먹고도 다 소화해 낸 능력으로 또 한번 놀라게 한 곰돌. 사과, 감, 배, 딸기, 바나난 등 과일을 무척 좋아하고 고구마, 무, 배추, 감자도 잘 먹는 곰돌. 딱딱한 껌을 주면 어찌하지 못해 짖고, 커피와 귤에는 정색을 하는 곰돌. 얼마 전 엄마가 내 약을 보여주며 "이거 먹을래?"라고 하니 겁에 질린 듯 훽 돌아섰던 곰돌. 노트북을 펴면 그 위로 올라오고, 침대에 누우면 얼굴 위로 올라 오려는 곰돌. 곰돌아 너 없이 어떻게 사니? 그런 세계가 어디에 있니?
개에게 주인은 전부이지만 주인에게 개는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본적이 있다. 고양이가 사는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여덟 배 빠르다는 문장을 본 적도 있다. 동물과 사람은 시작과 끝을 같이 할 수 없다. 시작을 같이 했어도 둘의 시간 축은 조금씩 차이를 낳으며 영영 다시 만날 수 없는 거리로 멀어져 버린다. 이 얼마나 슬픈 운명인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 기쁨, 아픔, 그리고 시간. 곰돌의 나이를 사람 나이로 환산해 '곰돌 할아버지'라고 부리며 놀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곰돌아 오래오래 살아야돼. 우리 고구마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