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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Oct 30. 2019

보지 않는 일본, 보이지 않는 일본

여기와 저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


세상엔 사람 수 만큼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있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시간이 흘러가지만, 그만큼 가려지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시간 또한 존재한다. 어제 일본 카와사키 시에서 열리는 KAWASAKI 신유리 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했던 말들. 영화제의 상영작 중엔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미키 데자키 감독의 '주전장'이 있었고, 미키 데자키 감독은 지금 출연자 일부 그룹에 의해 고소를 당한 상태이다. 그 다음은 너무나 익숙하고 빤해 놀랍지도 않은 전개. 눈 가리고 아웅, 구색 마추기, 그런 발빼기. "출연자 중 일부에게 고발당한 작품을 상영하는 건 시 입장에서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제 쪽의 입장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제에 마련된 이우라 아라타 특별전 중 '원더풀 라이프' 감독으로 초청이 됐고, 아라타와의 20여 년 만의 재회, 아라타가 이야기하실 "나의 첫 작품이자 영화의 시작이었던 작품으로 고레에다 감독과 무대에 서는 건 꿈 중의 꿈"일 예정이었던 무대는, 꽤나 불쾌한, 어찌할 수 없는 분노와 토로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내가 아라타 씨와 처음으로 만난 작품의 추억을 즐겁게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게 되었고, 기분 좋게 보실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제를 격려하는 형태가 아닌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시대는 개인을 잠식한다. 



"영화제라는 건 무언가를 상영하는 것이 모든 것. 좋은 작품을 발견하고, 전하고, 그로 인해 관객들이 새로운 작품, 작가를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저 즐기기만 한다고 지속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최하는 쪽과 참가하는 쪽, 관객 모두의 협력이 지속되어 비로소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반 사태는 영화제를 주최하는 위치에 선 사람으로서 결코 있어서는 안될 판단이었습니다. 만드는 사람에 대한 경의가 결여되어있고, 관객에게 영화와 만날 수 있는 찬스를 빼앗는 행위입니다. 공동 주최하는 시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영화를 내려버리는 건, '영화제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게 반복되면 의지있는 작가들은 누구도 영화제에 참여하려 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 것을 깊이 반성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 예로 4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와 '다이빙 벨'의 이야기를 꺼냈고,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살아감에도 비슷한, 서로 닮은 우를 범하는 건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에 대한 위기인지, 기회인지. "부산 영화제는 역시나 예산이 깎였고,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태를 알게된 아시아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영화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영화제의 가치란 그렇게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그와 정반대입니다. 왜 그러한 일들을 교훈으로 삼지 못할까, 정말 유감스러울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떤 개선책을 취할 수 있는지 모두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KAWASAKI 신유리 영화제의 이우라 아라타 특별전엔 와카마츠 프로덕션의 작품이 두 편 포함되어 있었다. 와카마츠 쪽에선 그 두 편의 상영을 모두 보이콧했다. "와카마츠 감독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봤어요. 분명 상영을 강행하고, 무대에서 '바보새끼들'이라며 모두를 불편하게 했겠지요. 그렇게 모두가 생각하게 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라타의 특별전은 그렇게 반쪽이 되었지만, 그의 말에서 이미 끝나버린, 지나간 영화의 시간을 떠올렸다. 여기와 저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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