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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Nov 12. 2019

오늘 유일하게 한 일'들'

more to less의 풍경


#01 그저 무심코 보게 된 영화. 보다보니 까드린 드뇌브가 나오고, 샬롯 갱스브루 주연에, 오래 전 선배 회사가 수입한 영화. 마지막 열차를 놓친 남자가 하는 수 없이 들어간 카페에 들어가 물 한 잔을 주문하니 맞은편, 그가 보인다. 거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기가 아닌 거기, 그가 아닌 그가 있다. 영화는 어찌할 수 없는 실패 이후,  언니가 아닌 동생과 가정을 꾸린 남자의 이야기를 쫓아가는데, 방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처럼 영화는 좀처럼 머물지 못한다. 언니와 동생 사이, 카운터 맞은 편의 그와 그 사이. 그런 징검다리같은 영화를 왜인지 보았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땐 뭐 하다 요즘 며칠 계속 밤에만 의욕이 샘솟는다. 아침의 시험인지, 시샘인지.  라디오를 틀어놓은 채 눈을 감아도 잠이 올 리는 없고, 일어났다 누웠다, 채널을 바꾸었다 껐다, 마음만은 아침이다. 간신히 하고있던 책 한 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밤이 다 되어 비 오는 길에 빵을 사러 나갔다 들어오고, 나는 여전히 내가 어렵곤 하다. 좋아하는 카페 moi의 트위터에 들어가니 '오늘 유일하게 한 일'이라며, 빵 푸딩의 사진이 올라왔다. 그곳이 10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고, 나는 또 내일 아침이 조금 겁이 난다. 내가 오늘 유일하게 한 일들.

©️ moi

#02 그렇게나 많이, 자주 보는데 질리지 않는 걸 보면 그런 게 요즘 시대의 재능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호감이 점점 옅어지는 건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똑같이 선과 블랙, 최소한의 것만으로 그리고도, 같이 일상을 담으면서도 노리타케의 그림엔  보지 못한 순간을 상상케 하는 매력이 있다. 나가바 유는 지난 겨울 'express more with less'란 이름의 전시를 가졌는데, 굳이 이야기하면 노리타케는 more to less. 개성을 하나둘 덜어냄으로서 보이는 것, 익숙한 일상을 제거함으로서 드러나는 것, 이곳을 거꾸로 바라보았을 때의 풍경같은 게 느껴진다. 이와이 슌지 영화 제목을 가져오면 '불꽃 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 크리스마스를 맞아 신쥬쿠 오다큐 Southern Tower엔 그와 프로페라토의 합작 설치 작품이 전시되고, 대만의 문구 브랜드 Tools to Liveby에선 CABANE de ZUCCA와 콜라보했던 'ねむくなる' 팝업숍이 열린다. 그림에서 너와 내가 느껴지고, 나의 계절은 그곳에 기운다. ねむくなる。


https://youtu.be/n02NGQDGCz8

川辺素-夜の友達/夜間水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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