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RESQUE Apr 09. 2020

마음의 면역력

내일이면 새가 날아와 아침을 깨운다.


우리 집 아파트엔 새가 많다. 참새인지 모를 작은 새는 이른 아침부터 지저귀고, 도쿄 비지니스 호텔에서 몇 밤을 자며 아침을 깨우곤 했던 까마귀도 가끔 보이고, 먹이를 찾아 바닥을 걷는 비둘기가 아닌, 하늘을 나는, 제법 새다운 날개짓을 하는 비둘기도 요즘에서야 몇 번이나 보게된다. 주변에 작은 산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요즘 동네를 자주 생각한다. 까치가 몇 마리 날아와 실외기 위에서 콩콩 발을 구르고 홀연히 사라지고 나면, 마음은 조금 괜찮아지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우리 동네'란 말을 어릴 때 이후론 별로 써본 일이 없는데, 살아가는 환경은 일상의 가장 큰 주도권을 쥐고있는지 모른다. 그제부터는 위층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고, 그 집의 층간 소음은 특히 새벽에 꽤나 거슬렸는데, 이젠 또 어쩌나 싶고, 오래 전 녹음한 인터뷰 파일을 풀려했던 나는 근처 카페라도 갈까 싶지만, 거리 두기를 이야기하는 요즘 이 고약한 시절은,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한다. 포장만 뜯어놓고 쌓아두었던 잡지, 책들을 이제야 펼쳐보고, 기사란 게, 취재라는 게, 결국 절반도 다 쓰지 못하는 요상한 것들이라(최소한 나의 경우에), 정리를 하려고 모아보니 책방만 일곱 곳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쩌면 사는 건 코로나보다 더 알 수 없는 무엇이고, 지난 9월 마지막 비오던 저녁, '분키츠'에서의 인터뷰를 풀기 시작했다. '스위치'의 릭 오웬스 특집, '뽀빠이'의 헤어 스타일 특집, '둔감한 세계에 살아가는 민감한 사람들'이란 제목은 또 얼마나 내 이야기같은지, 이 만으로도 두 세 달은 가득 채울 것도 같고, 지금은 분명 이런 쟁여뒀던 것들을 위해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쉬어가는 통로, 마음의 면역력을 길러야 할 시기. cero의 보컬 타카기 쇼헤이는 첫 앨범을 냈고, 나는 도쿄의 장인들을 내 맘속에 줄세워 보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일은 또 얼마나 쿵쾅거릴지 모르지만,  내일이면 새가 날아와 아침을 깨운다.

photo_eiki mori

https://youtu.be/9aiuQPCVsMQ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