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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Apr 15. 2020

살아있는 헤리티지, 분투하는 책방

단 하나의 체인 서점, '아오야마 북 센터' 본점의 2021


책방이 없어지고 책방이 생겨난다. 근래 책방의 다종다양한 변화들은 오늘의 책방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싶지만, 매일이 어제가 되어가는 도시에 어제를 그리기만 하는 건 철지난, 꽤나 해묵은 이야기고, 트렌드나 인사이트, 좋아요의 수선거림을 쫓는 그림에 도쿄란 도시는 그려지지 않는다. 지난 여름, 신쥬쿠 킷사뗑에서 잡지 ‘도쿄인’을 만들었던 스즈키 노부오는, “오래돼서 금방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을 지키기만 한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멀어지는, 지워지는 자리에 지금의 도쿄가 시작되고 있다. 대형 체인 서점인 ‘아유미 북스(あゆみブックス)’의 코이시카와(小石川) 지점은 2017년 3월 문을 닫았지만, 독특한 이름의 트위터 계정 ‘오바케 서점(おばけ書店)’은 왜인지 남아있고, 정말로 유령이 되어 140자를 주절거리는 그 계정의 주인은 코이시카와 지점의 전 직원, ‘분끼츠’를 함께 기획한 아루치 카즈키다. 시부야 ‘깊은 골목’, 오쿠시부(奥渋)의 12년차 책방 ‘SPBS’에서 요지 야마모토 스타일로 옷을 입고 있던 이케다 씨는 이전 또 다른 대형 서점에서 문예서를 담당했다고 말했지만, 그곳 역시 2018년 문을 닫았다. 그리고 국내에선 1500엔의 입장료를 받는 서점으로 화제가 된 ‘분끼츠’는 38년 역사를 갖는 ‘아오야마 북 센터’ 록뽄기 지점이 폐점한 자리에 문을 연 일본 유일의 유료 책방. 부점장 하야시 이즈미가 도쿄에 올라와 처음으로 일했던 키노쿠니야(紀伊国屋)’ 신주쿠 남부 지점은 2016년 7월 문을 닫았다. 책방이 힘들다고 하지만, 도쿄에선 하루에 3곳이 문을 닫는다는 말도 들려오지만, 지금의 그곳을 바라보면 책방은 여전히 움직이고, 어쩌면 책방이 없어져도 사람은 남아있다. 2018년 6월 록뽄기 지점이 문을 닫으며 체인이면서 단 한 곳이 되어버렸지만, ‘아오야마 북 센터’ 본점은 올해 봄 출판으로서의 첫 책을 펴냈다. 국도 246길변의 숨은 듯 깊숙한 안뜰에 위치한 오랜 책방의 2020년. 왜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곳을 오래 졶아했고, 올해로 10년째, 점장이 되어 2년을 맞이하는 야마다 유 씨는 스스로를 ‘서점인’이라 칭했다. 그 말이, 왜인지 그곳의 책방인 듯한 이야기가 A4 한 장 조금 넘는 분량으로 도착했다. 떠나가고 남아있는 것들의 도시를, 책방이 이야기한다. 

시부야 하치코 동상을 뒤로하고 10분 즈음을 걷는 길, 미야마스자카(宮益坂)를 지나 오모테산도 역을 바라보고 걷는 조금 힘이 드는 길. 국도 246길변의 그곳은 신쥬쿠, 그리고 시부야 역근처 109나 마루이밖에 모르던 시절 내게 어쩌면 첫번째 도쿄였다.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처음(실제로는 두 번째지만) 출장을 도쿄로 다녀오며, 열흘 남짓 그 길을 아침 저녁으로 걸었다. 미니 시어터 ‘이미지 포럼’ 주최의 영화제를 취재하기 위함이었지만, 그곳엔 몇 걸음 더 걸어 ‘아오야마 학원’이 있었고, 요시토모 나라의 월드를 그대로 작은 카페에 옹기종기 모아놓은 ‘카페 A to Z’가 골목길에, 꼼데갸르송이랄지, 질 샌더랄지, 요지 야마모토의 매장 거리를 지날 땐 어깨가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사잇길 작은 스타벅스 테라스에서의 카페 라떼는, 어쩌면 내가 도쿄를 좋아하게 된 첫번째 이유다. 그곳에 사는 것도 아니면서, 고작 열흘을 오고가면서 도시의 라이프라는, 조금은 차가운 그 감각을 아마 그 때 처음으로 알았다. ‘이미지 포럼’의 토미야 대표(동네 아주머니처럼 밥도 잘 챙겨주고, 정말로 친절했는데)가 잡아준 숙소는 호텔이라기보다는, ‘UN 대학’의 숙박 시설같은 곳이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뜰에 나서면 오카모토 타로의 ‘어린이의 성’이 하늘 멀리 두(?) 팔을 활짝 펴고 있었다. 도내 어딘가로 출근하는 보통의 샐러리맨들의 아침이 아마도 내 것이 아니라 더욱더 생생했다. 그곳에 가려면 미야마스자카를 지나 육교가 나오기 전 반듯이 왼편으로 걸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100개는 족히 넘을 계단을 올라야 하고, 어찌됐든 무조건 왼편에 있어야 하는데, 시부야는 공사중이다. 이제는 그 정도의 팁을 갖고있고, 스타벅스라면 굳이 몇 분을 더 걸어 시부야2쵸메의 2층 소파 자리를 찾을 줄도 알지만, 그만큼 나이를 먹었고, 세월은 흘렀고, ‘이미지 포럼’의 대표는 아마 바뀐 듯도 싶다. 지난 1월 며칠 되지 않는 시간을 애써 만들어 ‘UN 대학’의 뒷편, 혼자가 되어버린 체인 서점 ‘아오야마 북 센터’엔 밤 늦게까지 불빛이 지하에서 새어나왔다. 사고싶은 사진집이 수 만 엔을 넘어 결국 눈도장만 찍고 돌아왔지만, 그 몇 십 분 사이에도 내 작은 몸은 모든 걸 알아차린다. 거리는 변해도 풍경은 변하지 않는 것, 그건 아마 사람에게 남아있는 기억이고, 나는 그곳의 점장 야마다 유 씨에게 얼마 전 책방을 취재한다며 도움을 받았다. 그곳에선 40년 만에 처음으로 출판에 도전해 사진집을 발매했고 제목이 ‘발효하는 일본.’ 유행도, 트렌드도, 인사이트를 말하지 않지만 언제나 도쿄로 남아있는 것들. 나는 여전히 그런 풍경의 도시가 그립고, 그건 아마도 시간을 간직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거리의 오래된 유산인지 모른다. 남아있는 헤리티지, 분투하는 도시의 책방이 그곳에 있다.

‘아오야마 북 센터’ 록뽄기 지점, 그곳에서만 10년. 지난 해 점장이 되어 책의 선별과 진열, 그 뿐 아니라 책과의 커뮤니티, 전시, 다양한 이벤트, 아트와 디자인 책을 중심으로 책 그리고 ⍺를 궁리하는 야마다 유 점장은, 지난해 첫 책 ‘발효하는 일본’까지 출판했다. 에도, 메이지, 다이쇼 시대엔 출판사와 서점이 하나의 축으로 움직였다고 그는 이야기했는데, 그러고보니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지난 여름 오쿠시부의 책방 SPBS의 후쿠이 세이타 대표도 한 적이 있다. 왜인지 어제를 닮아가는 듯한 오늘의 도쿄에서, 이 이야기는 지난 5월 메일로 오고간 기록이고, 경계를 넘어, 장르를 허물고 확장하는 지금의 책방은, 어쩌면 책이 가진 가장 본연의 시간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에 흔들리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 책방은 그런 일상을 알려준다.


Q 지난 5월 1일을 기점으로 연호가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어요. 레이와란 시대를 마주하며, 책방으로서 새삼 생각한 것들이 있나요. 더불어 새로 궁리중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야마다: 연호 뿐 아니라 이런저런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느껴요. 그런 가운데 책방이 어떻게 적응해갈 수 있는가를 항상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소위 중소 규모의 책방 이야기지만, 좀 더 서점 직원들의 생각이 손님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Q 최근 도쿄에선 장르를 넘어선 융합, 그라데이션, 심리스적 변화가 밚이 보인다고도 느껴요. ‘아오야마 북 센터’는 꽤 오래전부터 단지 책을 파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 그런 새로움이 있는 책방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오야마 북 센터’가 바라보는 ‘책방’은 어떤 공간인가요?

야마다: 일찍부터 토크 이벤트 등을 개최해왔어요. 저희 가게가 생각하는 책방은, 단지 종미 더미를 파는 가게가 아닙니다. 책을 계기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교차하는 기점이 되는 장소, 그런 게 책방이라고 생각해요. 

Q ‘아오야마 북 센터’ 본점은 시부야에서 오모테산도까지, 국도 246길변에 숨은 듯 자리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 길을 참 좋아하는데, 그런 지역성 때문인지 잡지나 비쥬얼 서적이 충실하다고 느껴요. 동시에 지금의 책방은 지역과의 관계를 새로 모색한다는 인상도 받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야마다: 이전 답과 비슷한 내용일지 모르지만, 지역에 책을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커뮤니티가 교차하는 기점이 되려는 의지를 가진 책방이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지역과의 관계를 짙게 만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 계약같은 걸 맺은 건 아니지만, 매일 주말에 개최되는 ‘파머즈 마켓’에 오신 손님들이 저희 책방에 들려주시는 일이 많아요. 

Q 2016년 이야기로 돌아가는데요, 리뉴얼을 하셨다고 보았어요. 당시에 리뉴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이유는 어떤 것이었요.

야마다: 본래 저희 서점의 강점이었던 디자인 서적이나 사진집, 외서 등 비쥬얼 서적의 매출이 떨어지던 시기었어요. 그 강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좀 더 문예서나 사상서와 같은 ‘읽는 책’의 매출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보아도, 소위 말해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표면적인 책에서 다시 신체랄지 심층적인 것을 더 중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그로부터 3년이 지났는데요, 당시 느꼈던 과제랄지,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생각하세?

야마다: 아직아직 도중이라고 느껴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생각했던 대로 되어갔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손님들도 ‘좋아졌어요’라고 말해주는 분이 늘어났어요. 

Q 근래엔 매주 한 권의 책을 골라 이야기를 하는 ‘AOYAMA BOOK CHOICE’란 방송을 인터넷에 시작하는 걸 보았어요. 그 방송의 계기는 어떤 것들인가요?

야마다: 책방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제안을 받았어요. 스마트폰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문자가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하면 책, 책방에 흥미를 갖게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던 중,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Q 보통의 서점과 달리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메인으로 진열하기보다는, 독자적인 시선이 느껴지는 ‘책장(棚づくり)’, 메인 진열대에도 신간을 놓지 않는 등, 용기같은 게 느껴진다 생각해요. 그런 방침일라까요?, 룰, 그리고 책장을 단장하는 일에 대한 나름의 방식은 어떤 건가요?

야마다: 신간을 메인 진열대에서 팔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국에서 팔리고 있으니까’가 기준이 되지는 않아요. 이 지역에서, 이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무엇을 제안해갈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보 앞서서, 손님들과 나란히 걸으며 제안, 책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을 갖고있다 생각해요. 

Q 책방 나름의 시점으로 골라서 책장을 채우고, 그렇게 책방을 만들어가는 곳에는, 기존 책방, 신간과 베스트셀러 중심의 책방과는 다른 책의 사이클이 있다고 느껴요. 작년에 출판됐음에도 메인 책장에서 팔린다는 건, 단지 책 한 권의 문제가 아니라, 책이 가진 고유한 시간성같은 걸 생각하게도 한다 느끼거든요. 책 고유의 시간이랄까요.

야마다: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시간의 ‘어긋남(ズレ)’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의 장점도 존중하지만 그 소비 사이클의 스피드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려고 생각합니다. 노스탤지아가 아니라, 지금 시대이기에 보이기 시작하는 책의 장점을, 책방이 어떻게 끌어내고, 손님에게 어떻게 책과 만나게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책방이 존재하는 의의,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이고, 그리고 살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Q 십 수 년째 책방은 힘들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책방은 자꾸 생겨나고도 있어요. 앞으로의 책방이랄까요, ‘책방의 존재 방식’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야마다: 책방에는 아직도 가능성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책방으로서, 저를 포함해 출판 업계가 잘 나가던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늘어가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형태로서의 책방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매일, 생각하고,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싶다고 생각할 따름이에요. 

“개인적으로 ‘책 파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매음이 가장 커요. 다들 힘들다는 시기에 빈축을 살지도 모르지만, 한 권 한 권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팔릴 책은 좀 더 잘 팔린다고 생각해요. 이번 출판은 혼자서 강행했지만, 이렇게나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신간은 매일 생겨나고, 구간과 신간을 잘 매치해가는 것이 책방의 역할, 동시에 인터넷은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는, storywriter 인터뷰 인용 https://storywriter.tokyo/2020/03/10/2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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