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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May 09. 2020

혼자가 되는 책방,
그리고 KEN NAKAHASHI

一冊、一室  모리오카 서점의 10년과 ⍺


가파른 계단을 올라 5층의 갤러리엔 나 혼자였다. 골든 위크의 연휴에 사람은 어디든 북적였고, 가려던 킷사뗑은 물론 체인 커피숍 타리스, 도토루, 세가프레도 역시 마찬가지. 5월의 초입, 열흘이나 되는 황금 연휴 주말에 잠시 앉아 원고를 조금 쓰려던 계획은 애초 말도 되지 않았을 이야기지만, 연휴의 도쿄를 너무 몰랐던 그 날의 생각은 몽블랑 한 조각에 진한 커피, 그리고 불 꺼진 꽁초 몇 개의 작은 테이블을 그렸다. 너무 타이트한 스케쥴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쉽게 부서지기 쉽다고도 하는데, 그런 건 대개 선택할 수 없는, 그저 활자로만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맞은 편 빌딩엔 ‘Ragtag’가 보였지만 무려 2층에, 그래도 구경이나 할 생각에 오르다 보니 남성복은 심지어 4층이다. 결국엔 맘에 드는 옷도 찾지 못한 채 계단을 내려, 거리엔 여전히 사람이 가득이고, 커플과 친구끼리와 그 비슷한 무리의 사람들과. 연휴에 신주쿠 거리의 혼자는, 꽤나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결국엔 도쿄에서 커피값이 가장 싸고, 그만큼 맛이 없는 체인 카페 ‘베로체’에서 겨우 앉았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10분을 다시 또 걸어 내가 아는 그 곳으로 향했다. 갤러리 KEN NAKAHASHI. 한 계단 한 계단이 방심할 수 없을 정도의 급경사를 오르며, 나는 혼자의 자리를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 날 전시는 모리 에이키의 ‘Family Re-gained’. 아직도 가끔 대도시에서 혼자의 자리를 찾을 때가 있다. 



도쿄에서 책방을 취재하면, 가장 큰 컬쳐 쇼크랄까, 일본과 한국 사이 책에 대한 가장 큰 차이는 책을 읽는 행위, 독서의 주어를 바라보는 시작에 있었다. 어쩌면 단지 나와 일본의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본래 책은 혼자 읽는 것’이라고 하잖아요”라며 시작한 질문에, ‘분키츠의’ 하야시 부점장도, 함께 기획을 했던 ‘Yours Book Store’의 소메야 타쿠로도, SPBS의 후쿠이 대표도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딱히 질문의 머릿말을 부정하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애초 독서에 주어의 인수를 제한하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느낌이랄까. 근래의 독서 모임, 책방에서 책을 팔 뿐 아닌, 함께 이야기를 하고, 전시도 하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흐름은, ‘책은 혼자서 읽는’ 시절에 꽤나 큰 변화, 목에 힘을 주고 이야기를 해야 할 새로운 선언에 가깝지만, 그러한 고정 관념이 없는 시절에 지금의 책방은, 그저 조금 특별한 내일인지 모른다. 근래 ‘아오야마 북 센터’ 본점은 출판을 시작하며 ‘발효하는 일본(発酵する日本)’이란 사진집을 펴냈고, 그 시작이라면 20여 년 전 SPBS의 예를 들 수 있어도, 정작 후쿠이 대표는 ‘에도 시대에는 책방에서 출판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어요’라고도 말한다. 황금 연휴 단 10일 안에서 바라보는 지금의 도쿄는 유별나게 새로워도, 100일 혹은 1년 아니 10년의 틀에서 바라보는 오늘은 사실 그리 새로울 일도 아닌 일. 지난 5월 도쿄 긴자의 ‘모리오카 서점’은 사진가 이토 코(伊藤昊)의 사진집 ‘GINZA TOKYO 1964’을 펴내기도 했다. 단 한 권의 책만 취급하는 이미 6년째 새로운 책방,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단 한 권의 책을 파는 서점이란  얼마나 새로운가 싶지만, ‘모리오카 서점’은 이미 1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있다. 오늘의 도쿄도, 한 권만 판매하는 그 곳의 책방도, 사실 이건 모두 지금의 긴자 1쵸메가 아닌 카야바쵸(茅場町)에 있던 고서점의 어제가, 조금 유니크한 한 챕터를 넘겼을 뿐인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책은 그렇게 자연스레 '혼자'가 아닌 '둘'이 되어간다. 



“책이라는 것은, 저자, 디자이너, 편집자, 출판사, 독자 등, 많은 ‘혼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탱할 수 있고, ‘모리오카 서점’은  그런 책의 본질과
관계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작가 카토 타카시 

Q 모리오카 서점은 2015년 문을 열었습니다. ‘1권, 1실’이란 콘셉트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오는데요, 어떤 경위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인가요. 

모리오카: 카야바쵸에서 출판 기념 이벤트를 종종 하곤 했어요. 그 무렵 떠오른 생각입니다. 2007년이었는데, 혹시 판매하는 책이 한 권 뿐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흥미 있는 사람은 와줄 거고, 작가는 그 사람들을 보며 기뻐해 줄 거고, 저 역시 부러 발걸음을 해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즐거울 거고, 그 만큼은 책이 팔릴 겠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같이 팔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풍경이 눈 앞에 그려진 게 가장 커다란 영향이었습니다. 

Q ‘모리오카 서점’은 책과 전시가 가장 커다란 두 개의 축입니다. 카야바 쵸에서 긴자로 이전하며 문을 열 당시 가지고 계시던 그림은 어떤 거였나요.

모리오카: 만든 사람과 사는(읽는) 사람이 파는 장소에서 보다 가까운 거리감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 공간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책이란 2차원의 세계가 3차원이 되어가는, 말하자면 책 안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Q 판매하는 책을 한 권으로 한정함으로서, 책을 고르는 행위에 대한 감각, 흥미가 달라질 거라 생각이 되는데요.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모리오카: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고, 그런 걸 체험하는 자리가 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Q 그 ‘단 한 권’을 고르는 기준이랄까요, 룰같은 게 있나요. 책을 바꾸는 주기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모리오카: 기준은,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정열이 있을 것. 지금 시대에 풍부한 것이 보다 더 풍부해지는 책을 취급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매주 화요일에 교체합니다.

Q ‘1권1실’이란 콘셉트는 지금도 매우 새로운데요, 오픈 당시 손님들 반응은 어떠했나요. 그리고 단 한 권만 판매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요.

모리오카: 오픈을 하고보니 인기가 매우 많아서,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불안은 조금 있었습니다.

Q 많은 책이 아닌, 한 권의 책을 두는 것으로 인해 어떠한 일들이 태어나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모리오카: 수 만 권 책의 ‘확장’과 한 권의 ‘깊이’로 대비해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모리오카 서점은 긴자이지만, 중심지와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서점이 입점한 건물은 1929년 만들어진 빌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 빌딩에 매료되어 장소를 결정하셨다고 보았는데요. 어떤 부분들이 ‘모리오카 서점’의 자리라고 느끼셨는지요. 

모리오카: 1929년 지어진 빌딩은 현대가 아니라면 과거도 아니고, 도쿄가 아니라면 외국도 아닌, 이상한 감각이 있습니다. 그 점에 반했습니다. 또, 1939년 경에는, 그 빌딩에 출판사가 입정했었고, 당시 다양한 잡지를 만들어냈습니다. 

Q 더불어 모리오카 씨가 생각하시는 마을의 책방,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모리오카: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장소. 새로운 발견을 리얼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

Q 모리오카 서점을 오픈하고 4년(2019년 인터뷰 당시)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느끼시나요. 특히나 최근에는 책방답지 않은 책방, 다종다양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책방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요, 지금의 책방, 그리고 앞으로의 책방에 대한 모리오카 씨의 생각을 듣고싶습니다. 

모리오카: 책방의 역할이 변하고, 사람들의 책방에 대한 이미지가 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성숙한 도시에는, 그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둘 수 있는 듯한 서점이 있고, 그곳은 관광지가 되어있기도 합니다. 디지털이 진화를 거듭하는 현대이기 때문에 더욱더, 한 켠에서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흐름이 있고, 그 자리에는 디지털에는 없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주쿠 3쵸메 외진 골목에 위치한 갤러리 KEN NAKAHASHI 이야기를 다시 하면, 그곳을 처음 찾았을 때 계단 난간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내려갈 땐 어떡하지’ 걱정을 하며 이마에 땀이 흘렀고, 그래도 올라온 게 아까우니, 간신히 도착해 보았던 건 모리 에이키의 사진을 온통 새빨간 필터로 염색해 놓은 몇 장이다. 그는 사진집 ‘Intimacy’로 기무라 이헤이 상을 수상한 작가고, 성정체성을 아우팅하고 소외된 한 사람의,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외로움을 가장 자신의 컬러로, 자신의 감각으로,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다. 그가 온전히 혼자 있어주어 나 역시 마음껏 혼자일 수 있고, 깊은 저녁 창 너머의 타임스퀘어 시계탑, 햇살 좋은 낮의 새하얀 그림자, 나의 외로움은 조금 근사한 '혼자'가 되어간다. 그저 우연이겠지만, 갈 때마다 그곳엔 켄 씨와 나 단 둘. 그냥 그런 타이밍인 걸 알면서도 혼자를 느끼게 하는 아늑함의 도쿄가 그곳에 있다. 그리고 참고로 ‘모리오카 서점’에 책은 한 권이지만, 사람이 한 명인 건 아니고, 그곳의 북적이는 그림에 나는 이따금 수 많은 ‘혼자’들의 안부를 확인하곤 한다.


https://brunch.co.kr/@jaehyukjung/225

©️moriokashoten, takram(모리오카서점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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