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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un 17. 2020

‘말’에서 태어나는 하나의 책방

-시모키타자와 책방 ‘B&B’ 일본 1세대 북 디렉터 우치누마 신타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잡지 ‘뽀빠이’에 연재하던 T셔츠에 관한 글을 모은 에세이 타이틀은 ‘무라카미 T’다. 시부야에서 치즈를 제조하는 ‘시부야 치즈 공방’을 운영하는 후카가와 신지는 모짤렐라에 반해 이탈리아에서 수행을 했고, 그가 운영하는 회사 이름은 ‘주식회사 노비루(伸びる, 늘어나다)’다. 인스타그램이 EC 시장에 거물처럼 등장해버린 지금, 일본엔 좋아요를 의미하는 ‘주식회사 이이네(いいね)’란 회사가 있고, 이쯤 되면 일본의 그 말, 일본어는 좀 부럽기만 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의 대사 ‘상처는 언젠가 인연이 된다’는 말도, 고작 한 자 차이의 키즈(キズ)와 키즈나(キズナ)를 떠올리면 보다 자연스레 다가온다. 올림픽을 앞두고 재개발이 한창이던 도쿄, 코로나에 가로막혀 잠시 주춤하는 도쿄, 하지만 오래된 과거가 안녕을 고하며, 내일을 희망하며 걸어가는 그곳엔, 조금은 말을 달리해 고비를 넘어가려하는 일상이 건재하다. 도큐가 시부야에 그랬더 것처럼, 지금 시모키타자와엔 오다큐의 ‘오다큐 선로마을’ 재개발 프로젝트가 한창이고, 그곳에 굳이 이야기하면 우리의 ‘사운즈 한남’같은, 하지만 여전히 시모키타자와인 ‘bonus track’이 지난 4월 오픈했다. 모두 20여 개의 점포와 주택, 시설을 운영하는 건 시모키타자와의 10여 년 책방 ‘B&B’의 대표 우치누마 신타로가 웹진 ‘green.jp’의 비지니스 어드바이저 히로유키와 함께 만든 ‘산뽀(산책)샤’다. 일본의 대표 출판사인 코단샤, 슈에이샤, 신쵸사, 뭐 그런 ‘산포샤.’ 그러니까 이곳엔 책을 찍어내듯 내일을 향한 공간이 태어나고 있다.



‘오다큐 선로마을’ 프로젝트는, 1.7km가 넘는 길이, 3만평에 부지에 달하는 그림이니 너무 광활해 잘 보이지 않고, BONUS TRACK엔 회원제로 운영되는 셰어 라운지 공간을 포함, 말하자면 나름의 개성을 가진 숍들이 장르 불문하고 20여 곳이다. 이런 콘셉트는 사실 새롭지도 않지만, 대표인 우치누마 신타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본업과는 별도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점포, 하려고 하는 것이 기존 비지니스 틀 안에서는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BONUS TRACK’을 통해 실험적인 것들을 시도해봤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BONUS TRACK엔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들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오무스비 부동산’도 입점해있다. ‘오무수비’는 소금 간만 되어있는 오니기리, 뜻을 풀어보면 ‘인연.’ 마을의 프로젝트라면, 도큐, 오다큐, 이런 것보다는 산포, 오무스비, 일기에 관한 것들만 모은 책방 겸 잡화점 ‘츠키비(月日), 뭐 이런 게 아닐까. 지난 겨울 메일로 인터뷰를 했던 하츠다이의 책방 fuzkue도 이곳으로 이사를 했고, 2017년 건물의 노후로 이미 한 번의 이사를 했던 B&B에겐 이번이 두 번째 새집이다. 인터뷰는 지난 가을, 불매운동이 한창일 무렵 메일을 주고받으며 진행했다. 주제는 ‘이 시절의 책방, 이사가는 책방들에 관하여.’ 나는 요즘 종종 내 안의 이사철을 생각한다.



Q 최근 국내에서 ‘책방 독본’이 번역 출판됐어요. 제목에서 보이듯 우치누마 씨의 전작 ‘책의 역습’의 연장선같은 느낌도 있는데요, 2013년 ‘책의 역습’, 그리고 5년 후의 ‘앞으로의 책방 독본’, 우치누마 씨에게 책방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나요.

우치누마: 그 5년이란 시간을 정리하기 위해 책을 쓴 것이라서, 한 마디로 말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단, 전작인 ‘책의 역습’이 책방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힘을 내라고 말하는 선언이자, 격문(檄文)이었다면, 이번의 ‘앞으로의 책방 독본’은 실제로 책방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구체적으로 참조할 수 있을만한 교과서, 지도같은 그림을 지향했습니다. 

Q ‘책의 역습’이 신선한 자극을 전해주었던 건, 책에 대한 정의의 재탐색, 책을 그저 사고 혼자서 읽는 것이 아닌, +⍺를 더함으로 인해, 우치누마 씨의 표현대로 곱셈을 통해 다시 바라본다는 사고 방식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론대로, 지금 서울을 비롯 도쿄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지금까지의 책방이 아닌 ‘책과 무언가의 공간’으로서의 책방이 확장되고 있는데요, 이런 근래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치누마: 책은 본래 일상의 일부이고, 시간을 사용하게 하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지금의 현상은 그렇게까지(그라데이션, 심리스적 변화) 이미지를 넓혀가지 않으면, 사람이 책을 어떻게 느껴야하는지,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인 부분이 있어요. 책은, 이제 단지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고, 그 매력을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한 결과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부터 시모키타 내에서 모두 3번의 이사를 해 지금의 bonus track 内에.


Q 한 인터뷰에서 사노 신이치 씨의 저서 ‘누가 책을 죽였나’를 읽고, 책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당시 느겼던 출판 업계에 대한 위화감, 그리고 책방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느끼시나요.

우치누마: 제가 당시 느낀 위화감 자체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제가 업계 내부 문제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알고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혁명을 일으킨다는 게 당시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걸, 시간이 흘러 알게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건, 오래되고 거대한 업계를 내부에서 바꾸려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얼마나 그걸 연명해가면서, 새롭고 작은 무언가를 만들어갈까, 그것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Q 우치누마 씨의 근래 활동들은 ‘책이 없는 곳에 책을 가져가는’ 활동입니다. 그로인해 시모키타자와 ‘B&B’가 운영되고, 스포츠 브랜드 DESCENTE와 콜라보레이션한 DESCENT SHOPT TOKYO가 올해 3년째입니다. 그런 공간들을 보면 확실히 책방은 일상적인 ‘이어짐’의 한 순간으로 완성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책에 무언가를 더한다’는 것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치누마: 근원에 있는 건 ‘말’입니다. 이 세상에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말’을 매개로 만드어졌고,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것도 모두 ‘말’을 통해 이해됩니다. 그래서, 이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은, 그 곁에 책을 놓아둠으로서, 책과 그 사이의 의미, 문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이 모든 것과 잘 어울리고, 궁합이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bonus track 内의 B&B

Q 2011년 문을 연 B&B는의 시작은 매거진하우스사의 잡지 BRUTUS와 특집을 준비한 이후의 일로 알고있습니다. 그게 2011년, 311 대지진이 일어나고 직후였고, 일본 전국 서점을 순회하면서,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고, 힘들어하는 현실에 대한 반응으로 B&B를 시작했다고 보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형태로서의 책방, 그 존재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치누마: 책방은, 마을 안의, 지적 호기심의 중심같은 장소입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지적 호기심이 있는 한, 책방은 형태는 변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Q 최근은 책방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공간이 늘어납니다. 동시에 그런 의미에서 책방으로서의 색이랄까요, 의미가 옅어지는 건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콘셉트가 너무 강해 책이 소외되는 느낌이랄까요. 반면, DESCENTE SHOP TOKYO에선, 책, 차, 그리고 스포츠에서부터의 ‘이어짐’으로 책방이 매우 자연스레 느껴집니다. 지금의 다종다양한 변화가 결국 추구하고 있는 건 무엇이라 느끼시나요. 

우치누마: 의미와 문맥입니다. 지금은 어떤 상품도, 기능이나 품질, 그리고 가격같은 게 아닌, 의미와 문맥이 필요시 됩니다. 하지만 책은, 그저 곁에 그냥 놓아두는 것만으로 그걸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저 늘어놓는 것만으로 생겨나지는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놓아버리면 위화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책과 상품의 알맹이를 모두 이해한 가운데, 그 안에서 의미, 문맥을 끌어내는 능력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Q 책과 스포츠는 꽤 다른 느낌의 장르라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해오신 unico, 디스크유니온 등과의 협업을 비롯, 그런 다른 장르와의 작업에서 가장 의식하는 건 어떤 것들인가요. 공간, 장소 만들기게 관해 어떤 감각의 작업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치누마; 애초 책이란 장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장르의 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것과도 자연스레 매칭이 가능합니다. 저로서는 그것이 어렵거나 특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Q B&B에서는 매일 책과 관련한 이벤트가 열립니다. 그 지속성, ‘매일’이란 세월이 벌써 9년째입니다. 그런 반복, 쌓여감이란 건 어떤 의미 ‘책의 시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책은 매년 8만권 이상 만들어져 시중에 나오고, 베스트셀러, 신간에 밀려 기존의 책들은 잊혀지는 패턴의 시간으르 반복합니다. 하지만 일상에 조금 더 다가가는 것으로, 책이 가진 독자적인 리듬으로, 그 나름의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치누마 씨에게 ‘책의 시간’이랄까요, 그런 리듬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우치누마: 책의 시간이란,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았고, 그건 능동적이고 긴 것입니다. 지금은 스피트감이 빠른 정보도 일단은 종이 책 형태로 유통되기도 하지만, 단순히 비지니스 상의 이유로, 그 중 어떤 건 인터넷에 역할을 빼앗겨 대체되어버립니다. 저는, 종이 책으로 경험하는 쪽이 맞는달지, 능동적으로 오랜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는 것은, 앞으로도 종이 책 형태를 취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도, 당연한 이야기고, 특별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Q 지금의 책방 흐름, 변화의 모습을 보면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 서점, 천편일률적인 진열이 아닌 독자적인 큐레이션, 개인의 목소리가 대두되는 시대 흐름과 맞물리는 듯한 인상도 받습니다. 다수의 개인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대랄까요. 이와 관련해 우치누마 씨는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우치누마: 점점 더 개인의 시대가 되는 건 필연이라 생각합니다. 갖고싶은 걸 간단하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역으로 물건을 손에 넣음으로서 갖게되는 감정적 자극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주관적인 선호, 간신히 사고 손에 넣는 애달픔, 긴 시간에 걸쳐 이뤄냈을 때의 달성감이 있을 때야 비로소, 마음 속 강한 공감이 생겨납니다. 아무리 표면만 모방한 비지니스 모델을 대기업이 만든다 해도, 그런 공감까지 카피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부분에서, 개인을 중심에 둔 움직임은 늘어날 거라 생각합니다. 

Q 우치누마 씨는 새로운 형태의 책방 뿐 아니라, 기존의 책방들, 도서관과도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책방, 다채로운 변화 이후의 책방은 어떤 길을 갈 거라 생각하시나요.

우치누마: 책이 있는 장소는, 지금까지보다 훨씨 더, 사람들이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장소로 인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갈 거라 생각합니다. 상상하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장소에 책을 두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근원에 있는 건 ‘말’입니다. 이 세상에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말’을 매개로 만드어졌고,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것도 모두 ‘말’을 통해 이해됩니다. 그래서, 이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은, 그 곁에 책을 놓아둠으로서, 책과 그 사이의 의미, 문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이 모든 것과 잘 어울리고, 궁합이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image ©️ bonus track, harumari, fuzkue, B&B, pop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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