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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Apr 17. 2020

생애 처음, 2번을 찍었다. 맘마미아!

나와 내가 아는 누군가만을 위한 시간이란, 어쩌면 가장 가까운 정답이다.


1번과 2번과 7번. 집에 도착한 선거 홍보물을 보고 처음으로 기권을 해야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요즘의 뉴스를 보면 온통 코로나 뿐이지만, 와중에도 정치라는 소위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잡음만 들려오고, 이번만큼 아무런 기대도 없이 선거날을 맞이한 적도 없다. 그저 간만에 아무런 구실을 만들지 않고도 외출을 할 수 있는 날. 딱 그만큼의 기다림이 있었다. 원래 개표 방송의 엎치락뒤치락 보는 걸 꽤나 즐기던 사람이었는데... 이건 내가 나이를 먹어서만은 아니다. 엄마는 아침일찍이라 하기에도 이른 시간에 투표를 마치셨고, 미루다가는 귀찮음이 발동할 것 같아 아홉시가 조금 되지 않게 올해 아마도 딱 두 번만 입었던 간류의 점퍼를 걸치고 투표를 했다. 그저 따분하다 못해 무력한 한 표를 던질 요량이었지만, 엄마가 도장을 찍다 실수를 했다며 상심한 표정을 보이셨고, 생애 처음 쳐다도 보지 않았던 2번을 찍었다. 선거에 조금 나은 삶을 위한 한 표라는, 그런 순진무구한 정의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내게 그건 엄마의 일그러진 얼굴을 조금 달래드릴 수 있는 한 표였다. 새벽 6시 무렵엔 도장에 뚜껑이 닫혀있었다고 하는데, 비닐 장갑을 낀 채 그 작은 뚜껑을 벗겨내는 건, 누군가에게 실수를 일으킨다. 별로 화를 낼 마음은 없고, 그저 우리 엄마, 가족들이 함께 밝은 얼굴을 서로 마주하는 게 내겐 이제 더욱 소중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뉴스는 온통 선거판으로 뒤바뀌었는데, 내겐 가장 소박한, 조용한 선거철이 지나간다. 조금 보던 방송도 끄고, 도착한 지 한참 지난 잡지를 몇 페이지 넘기고, 하던 일을 마저 조금씩 끝마친다. 세상 모두를 위한 무언가가 아닌, 나와 내가 아는 누군가만을 위한 시간이란, 어쩌면 가장 가까운 정답이다. 맘마미아!

"하양은 무엇보다 존경의 의미를 표합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는 것. 어둠 이후 빛. 여러 색의 모임.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싸워온 사람들의 제복 컬러이고, 침묵을 지키는 것. 시간과 공간. 아이디어, 사고, 이야기, 시, 음악, 배려의 마음을 채우는 색입니다." 편집장 Emanuele Farneti

이탈리아 보그의 텅 빈 화이트 표지 이슈. 이런 시절에 패션이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이런 시절이기에 도리어 패션의 자리는 드러나고, 현실 어느 것보다 상상 이상의 힘을 갖는다. 보그 이탈리아의 4월호는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아베 덕에 초유명세를 탄 '집에서 춤춰요'의 시작, 호시노 겐은 몇 주 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을 자택에서 진행하고, 스튜디오의 AD와 영상 통화를 하며 오가는 말들이, 라디오로 들려오는 그 이야기가 무언가 숨은 도시의 속삭임인 것만 같다. 쟈니즈는, 저작권이라면 치를 떠는 일본의 그 쟈니즈는 킨키키즈의 라이브를 인스타로 중계하고, 논노, 멘즈논노, 묘조 등을 발행하는 슈에이샤는 모든 발간 잡지의 백넘버를 무료로 공개했다. 나는 오랜만에 병원에 갔다 고작 얼마 더 걸었다고, 텅 빈 카페에 앉아 몇 글자를 긁적이며, 이 흔하고 흔한 텅 빈 시간이 얼마나 쓸모를 갖는지 생각한다. 집과 친해진다는 건, 어쩌면 해볼만한 재미가 있고, 지금은 어쩌면 각자의 쓸모를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yonawa의 저 집콕을 위한 PV는, 왜 하필 나의 아침과 같은지...그런 나의 게으름을 응원한다.

https://youtu.be/48M3F1lR8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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