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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Aug 15. 2020

부가가치라는 가능성?

도쿄의 토일렛과 자판기의 예



#001

집에 돌아가는 길의 양화대교거나, 2호선 창 너머 불꺼진 한강에서 느껴지는 서울처럼, 도쿄는 이세탄에서의 쇼핑이거나 유락쵸에서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콘비니에서의 10분, 스크램블 교차로에 떠밀리는 인파같은 거기도 하다. 그리고 뒷골목 구석 한 켠의 자판기. 얼마 전 시부야 주차장에 블루보틀 커피를 살 수 있는 자판기가 등장했다. 미츠이 부동산에서 운영하는 미야마스자카의 한 주차장. 2nd 웨이브를 지나 3rd 웨이브를 이야기하는, 블루보틀인데 동전 넣고 꺼내 마시는 자판기 커피가 되어버렸다. 운영 측은 "통조림이랄지, 다시랄지 부가가치가 있는 주차장 만들기의 일환'이라 설명했는데, 아낌없이 구석구석 참 잘도 찾아 써먹는다 . 파머즈마켓 디지털, 패스트푸드점은 무인숍, 캐쉬리스를 넘어 점점 사람이 보이지 않는 도시는 이제 비대면 일상이 되어버리는 걸까. 도쿄의 자판기는 내게, 도시에 묻어있는 정서로서, 지친 무드의 한 장면이기도 했는데, 블루보틀 자판기 커피는 한 캔에 640엔이나 한다. 요즘이면 8천원쯤 하려나. 새로운 생활 양식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이 새로움이 나는 좀 많이 생경할 따름이다.


#002

도쿄 한복판에 들어섰다는 투명 공중 화장실. 노랑, 빨강, 보라 세 칸 구성에 사람이 들어가 문을 잠그면 불투명이 된다. 보기에 예쁘지만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은데, 공중 화장실에 불안 요소인 깨끗한가, 그리고 안에 사람이 있(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편할 것도 같은데, 실로 필요하기도 했던 부분이지만, 화장실 선진국 일본은 늘 이런 것들을 형태로 만든다. 이 토일렛은 안도 타다오, 쿠마 켄고,반 시게루, 나아가 NIGO 등이 참여한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이고, 요요기 공원에 설치된 투명 토일렛은 반 시게루의 작품. 단순한 흥미 끌기의 꺼리가 아닌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실현'의 시도. 코로나 때문인지 아닌지 요즘엔 여기저기 '새로운 생활 양식'을 이야기하는 시절에, 토일렛 하나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혹은 그런 바람이랄까. 레토로트 카레에 모리야마 다이도의 작품을 패키지하는 그곳의 비범함을 생각하면,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21년 토일렛 이상의 토일렛은  여름까지 도쿄 내 모두 17개의 토일렛이 설치될 예정이다.




*도쿄에서 콜라를 제조하는 장인과 메일을 주고받다 '한국에 지금 가장 dope한 곳은 어딘가요?'란 질문에 시작해보는 나름의 프로젝트입니다. 도쿄의 가장 dope한 이야기를 종종 발신합니다. 아직 도쿄엔 갈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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