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EWSZINE

007_시네마를 멈추지 말아요.

사진 한 장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by MONORESQUE


영화관에 간 날이 한 손에 꼽을 정도인 시절인데, 영화는 게속된다. 사진 한 장에서, 노래 한 곡에서, 심지어 TV를 발판 삼아 베니스까지. 어제는 에비스의 또 하나의 아트 극장이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스다 마사키는 드라마 작가 사카모토 유지의 연출작 출연 소식을 알려온다. 어찌보면 세상 어디에나 있는 마지막, 그리고 시작의 풍경. 나는 그저 지금 이 영화가 보고싶다.


#01

이시이 유야가 '시'를 갖고 영화를 만들더니 올해는 제제 타카히사가 노래 한 곡에서 헤세이 시대의 러브 스토리('이토')를 공개했고, '행복한 목욕탕'으로 알려진 나카노 료타는 본인의 이름, 가족의 이름을 딴 사진집 '아사다 가'로 유명한 포토그래퍼 아사타 마사시의 사진집을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아사다 마사시는 불량한 젊은 시절을 보내다 카메라 한 대를 만나고 가족에게 코스프레까지 시켜가며 찍은 사진들로 기무라이헤이 상을 수상한 작가이고, 소방관, 야쿠자, 펑크록 밴드, 카레이서...각종의 코스튬에서 보이는 보이지 않던 가족의 면면에 한 때 일본에선 비슷한 사진 의뢰가 쇠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쉬고있는 아라시의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인공 마사시를 연기하는데, 염색을 하고, 양팔에 문신을 새긴 모습은 어색할 것도 같지만, 서른을 넘긴 배우는 이미지가 아닌 세월로 코스튬의 벽을 넘는다. 시도, 사진도, 영화도 같은 아트인데, 왜인지 시, 노래를 영화화한다고 할 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떤 착각인지. 어떤 오해의 환상인지. 아사다 마사시는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 한 번의 작품적 전환을 맞았고, 이 영화의 제작사는 토호. 현실이 암흑일 때 아트는 종종 가장 현실이 되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헤세이 30여 년을 연기했던 스다 마사키는 마사시의 대학원 지인으로 출연한다. 지금 영화는 어제를 복습하며 내일을 바라보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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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https://youtu.be/f39L9cy6dv0


몇 번 개봉이 지연되다 지난 7월 공개된 스다의 새 영화. 1986년 나카시마 미유키의 히트곡 '糸'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헤세이를 관통하는 러브스토리. 연출을 제제 타카히사가 맡았는데 좀 의아하다 싶지만, 오카다 마사키가 나왔던 '아노토키노이노치'를 보면, 그의 마지막을 헤아리는 묵직한 쓸쓸함은 분명 시대의 뒷모습이었다. 남녀 주인공 둘다 헤세이 원년에 태어난 설정이고, 렌, 그리고 아오이란 이름은 헤세이 때 가장 많이 지어졌던 이름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헤세이 집착이 과하다 느끼지만, 스다의 라디오에 나왔던 사이토 타쿠미는 이런 말도 했다. "전 지금이 스다 7년이라 생각해요. 레이와, 헤세이 같은. '토모구이'를 기점으로 스다 7년. 그 영화 보면서 시대가 이렇게 바뀌는구나 절감했던 것 같아요." 사실 시대라는 건 그리 거대한 이름이 아니고, 달랑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로 헤세이 30여 년을 그리겠다 작정했던 제제 감독 역시 그런 맘이 아니었을가. 가장 작지만 모든 것인, 그런 시간.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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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살레스 감독의 '중앙역'이 내게 영화와의 시작이라면,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쿄 소나타'는 어쩌면 두 번째 삶의 시작이다. 지난 밤 침대에 누워 그의 베니스 감독상 수상 소식을 듣고 괜히 혼자 기분이 좋았다. 구로사와는 온라인으로 치뤄진 영화제 탓에 수상 발표가 있던 시간 잠을 자고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런 아침은 조금 부럽다. '스파이의 아내'는 태평양 전쟁 전야(前夜)를 배경으로 하고, 아오이 유우와 다카하시 잇세이가 나오고, 이미 NHK에서 드라마판이 방영됐지만, 구로사와의 30년 영화 첫 시대극이기도 하다. '당신이 스파이라면 나는 스파이의 아내가 될 거에요." 이념과 국적과 빛 그리고 어둠을 떠나 사랑에 투신하는 이 대사는 시대극이면서 그 너머를 바라보게 하고, 서른을 넘긴 아오이 유우의 추락을 예감한 듯한 무너지는 미소는 스파이의 시간만큼 치명적이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배우들은 종종 이후의 시간을 걱정케 하기도 하는데, 아오이 유우의 오늘은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없는 새'가 참 좋았는데...영화를 살아가는 시간은 분명 어딘가 있다. '도쿄 소나타'로부터 12년. 한 번의 세월이 흘렀다.

https://youtu.be/z2rZVIE2o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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